[해양수산칼럼] 항만오염물질 저장시설 운영에 민간 참여를

국제신문 2022. 5.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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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선박이나 해양시설이 수거해 처리하는 해양오염물질이 연간 34만3896㎥ 규모다. 이 중 33만3913㎥를 민간업체(방제업체 유창청소업체)가, 9983㎥를 해양환경공단이 담당한다. 이들이 처리하는 오염물질은 기름 유해액체물질 폐기물 등인데, 기름과 폐기물은 민간업체와 해양환경공단 모두 처리하지만, 유해액체물질은 민간업체만 처리한다. 해양환경공단은 선저폐수는 오염물질 저장시설에서 유수분리한 후 폐유 상태로 만들고, 그 뒤 수거폐유 폐기물과 함께 육상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에 인도 처리하게 된다. 민간업체는 수거한 오염물질 전량을 육상 원거리 이동해 일반·지정폐기물 처리업체에 인도 처리한다.

해양환경공단과 민간업체 모두 최종적으로는 육상의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에 인도해 처리한다. 다만 해양환경공단은 자체 설치된 오염물질 저장시설에서 유수분리한 후 폐유만 육상 지정 처리업체에 인도하는 반면 민간업체는 전량 육상 또는 해상으로 원거리 운송해 육상이나 일반·지정폐기물처리업체로 인도 처리한다. 해양환경공단이 설치한 오염물질 저장시설이 민간업체가 수거한 오염물질을 저장 처리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을 수거·처리하는 민간업체가 이런 처리방식을 인지하기 때문에 굳이 잘잘못을 따질 사항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작년 여수광양항에서 선박·해양시설의 오염물질 처리와 관련해 해양환경공단의 오염물질 저장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고 한다.

여수광양항은 우리나라 해상유류 물동량의 약 30%를 담당하는 오일 허브항만으로 많은 유조선이 출입한다. 대규모 정유공장 등이 밀집해 있고, 크고 작은 유조선의 출입이 잦은 해역의 특성상 선저폐수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해양오염 사고도 자주 발생하므로 방제 과정에서 대량의 오염물질의 수거 처리가 자주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양을 처리하면서 오염물질을 부산의 육상 폐기물처리업체에 인도 처리하고 있어서 비용부담도 상당하지만 2차 오염사고의 위험도 크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해양환경관리법 제38조는 선박·해양시설에서 배출되거나 해양에 배출된 오염물질을 저장하기 위한 시설 설치의무를 해역관리청에 지우고 있다. 오염물질 저장시설의 세부적 설치·운영기준은 시행규칙 제23조에서 규정하는데, 시설기준은 국제협약(Marpol)을 따르도록 한다. 시설 설치·운영은 해양환경공단의 이사장에게 위탁한다(시행령 제95조 제6호).

선박 및 해양시설 소유자의 오염물질 수거·처리와 관련해서는 동법 제37조에서 오염물질 저장시설의 설치·운영자와 유창청소업자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한다. 해당 법령상으로는 오염물질 처리를 해양환경공단과 민간업체에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업체에서 수거한 유성혼합물을 공단의 오염물질 저장시설에서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해양환경관리법의 근거가 된 마폴협약 부속서 Ⅰ 제38규칙에서는 이 협약 체약국 정부가 기름의 선적항, 수리항 및 선박으로부터 유성잔류물을 배출할 필요가 있는 기타 항구에 유탱커 및 기타 선박이 유성잔류물 및 유성혼합물을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시설의 설치 조치 의무를 지우고 있다. 국제협약 내용을 요약하면 선박으로부터 발생하는 유성잔류물이나 유성혼합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오염물질 저장시설을 모든 터미널이나 항구에 설치해야 한다는 점과 이는 당연히 그 항구나 터미널에 입출항하는 선박의 수요가 있으면 저장시설에서 오염물질을 수용해야 할 의무가 체약국 정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환경관리법 규정은 정부가 민간업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국제협약을 준수하는 절충점을 찾는 과정에서 최소 규모의 저장시설을 확보하고, 대부분의 상선과 해양시설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민간업체가 처리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여수광양항에서 오염물질의 수거처리와 관련해서 해당 항만 내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장기간 발생하고, 오염물질 저장시설에서 이들 오염물질의 수용을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면 이는 국제협약의 취지에는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제도와 국제협약의 취지에 따르면 오염물질 저장시설을 항만법 제2조 제5호의 항만시설로 지정하고 충분한 오염물질 저장시설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오염물질 저장시설을 충분한 규모로 확보하고 수요자의 요구에 충분히 응할 수 있으면 되므로, 이러한 시설의 설치와 운영은 국가·공공기관·민간이 모두 참여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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