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각진 턱.. '美의 공식'이 바뀐다

최보윤 기자 2022. 5.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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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똑한 코' '계란형 얼굴' 아니어도 괜찮아
佛 로저 비비에 홍보대사 김민하, 주근깨로 개성 있는 인상 남겨
정호연은 프랑스의 루이비통, 김다미는 伊 펜디 앰버서더 발탁
MZ세대에 '새로운 미인' 열풍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선자 역을 통해 주근깨 피부의 아름다움을 선보인 배우 김민하(왼쪽).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각진 턱’으로 해외 팬을 사로잡은 배우 정호연. /로저 비비에·캘빈클라인

“김민하(드라마 ‘파친코’ 선자)는 정말 놀라운(incredible) 주근깨를 갖고 있다. 극 중에서 화장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방해하길 원하지 않았다. 주근깨는 그녀의 혈통을 말해주는 시각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자수(선자 아들·박소희)와 나이든 선자(윤여정)도 주근깨가 있다.”

미국 할리우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레베카 리가 최근 해외 패션 매거진 마리 클레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분장을 총괄한 그녀가 김민하의 자연스러운 주근깨를 극찬했다.

김민하는 최근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 로저 비비에 한국 앰버서더(홍보대사)로 발탁됐다. 로저 비비에는 1953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구두를 만든 회사. 파친코에서 보여준 밀도 깊은 연기에 해외 명품 브랜드가 아직 신인급인 그녀에게 눈길을 보낸 것이다. 아련하고 슬픈 눈빛과 청순해 보이면서 개성 있는 주근깨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이다.

미(美)의 기준점이 바뀌는 것일까. 김민하를 비롯해 최근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된 여성 스타들은 전형적인 ‘미인’과 거리가 멀다. 그동안은 일명 ‘태혜지’로 불린 김태희·송혜교·전지현 등 2000년대 트로이카나 김희선·손예진 등 ‘컴퓨터 미인’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비율을 갖춘 얼굴형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대세였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에서 주근깨 가득한 얼굴의 탈북 여성을 연기했던 정호연이 프랑스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등 기존의 조각 같은 스타들과는 외모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배우 김다미가 이탈리아 펜디의 한국 앰버서더로 선정됐고, ‘지금우리학교는’에 나온 이유미는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미우미우의 해외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들의 외모는 지금까지의 외모 공식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예컨대 김다미는 쌍꺼풀 없는 동글동글한 이미지로 전형적인 두부상(순둥하다는 뜻)이고, 14년 차 늦깎이 스타인 이유미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 “낮은 코가 콤플렉스였다”고 밝혔을 정도. 이현상 패션칼럼니스트는 “대중이 자신과 거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느낌의 스타들에게 편안함과 현실감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의식이 커지면서, 자신도 언젠간 그들 스타처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지표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애플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를 차기작으로 확정한 정호연의 경우 날카롭게 각진 턱선이 해외 팬들을 사로 잡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정호연의 미모가 너무 뛰어나 성형시술을 받았는지 성형외과 의사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내용인즉 턱을 더 돌출돼 보이게 하기 위해 필러를 맞았을 것이란 의견과 자연 미인이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최근 과거 모델 시절 사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볼 때 자연미인이라는 의견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당시 정호연의 주근깨와 다크서클은 틱톡 세대를 사로잡으며 ‘가짜 주근깨 만들기’가 새로운 메이크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를 위해 한국식 흑채(머리카락을 풍성히 보이려고 두피에 뿌리는 것)에 해당하는 제품을 얼굴에 뿌리는 것이 유행일 정도다. 주근깨가 매력 포인트인 방송인 김나영의 스타일링을 총괄하는 정진아 스타일리스트는 “BTS가 ‘러브 유어 셀프(당신을 사랑하라)’라고 말했듯 단점이 무엇이든 간에, 일부러 감추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드러내는 것이 요즘 세대의 소통 방식인 것 같다”면서 “처음엔 나영씨도 ‘나이 마흔 넘어 주근깨 내놓고 머리핀 꽂아도 되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10대, 20대들이 더 좋아해줬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톱 스타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한 윤슬기 실장은 “최근 들어 남녀 구별 짓지 않는 앤드로지너스룩(Androgynous Look·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점도 과거처럼 정형화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과거엔 꽃미남·꽃미녀부터 주목받았다면, 요즘엔 ‘본업 충실(예를 들어 연기력)’이 받쳐줘야 외모도 가치를 발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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