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의 해외 이미지, 임기 초가 중요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간 한국 방문은 대체로 잘 끝난 듯 하지만 한 가지 돌발 사태가 눈에 띈다. 공동 기자회견 말미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 여기자의 질문이었다. 한국에서 취약한 여성의 지위를 지적하면서 한국이 여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북한 문제, 한미 동맹, 그리고 경제 안보 등 묵직한 양국 현안에 대한 답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에게는 의외의 일격처럼 보였다. 대체로 원론적인 답변으로 응답했지만 그리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다. 이 회견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국제 언론에 데뷔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국제 사회 및 언론은 정치 경력 없이 새롭게 등장한 한국 대통령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 유세 기간 발표한 정강이나 연설 등을 통해 그에 대해 대충은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것이 수수께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몇 개월간은 윤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가 국제사회에서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는 필자가 과거 CNN 서울 특파원을 지내며 한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깊이 실감했던 바이다. 초기에 해외 언론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형성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몇 년 전 취임 초기 국제 여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던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수상이 생각난다. 그는 취임 후 첫 내각을 구성하며 그 중 반을 여성 각료로 채웠다. 또 다문화 포용의 차원에서 인도계, 중동계, 원주민 인사들도 임명했다. 여성 장관 15명이 포함된 첫 내각 각료들의 기념 사진을 보면 그 다양성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인적 구성을 보고 기자들이 그 이유를 트뤼도 수상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이 명쾌한 답변을 통해 그는 순식간에 국제 언론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매력 있는 지도자로 부상했다.
윤 대통령은 사실 이에 비해 순탄치 않은 출발을 했다. 유세 기간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에 대한 구애를 했고 여성가족부 폐지 약속 등 여성 유권자를 소외시키는 정책들을 발표했다. 이런 점 때문인지 국제사회 일부에서는 당선 전 윤 대통령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칭하기도 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별로 근거가 없는 비유이지만 문제는 이런 인식이 생긴 배경이다.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그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왜곡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올바른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요 외국 언론과의 효과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오랜 검사 생활을 배경으로 부패 척결에 앞장서는 청렴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외부에 투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러한 지도자 이미지는 소위 ‘전이 효과’를 통해 한국의 국가 이미지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대통령의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에 대한 작업은 임기 초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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