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걸핏하면 표절 논란… 1등 웹툰사 왜이러나

정상혁 기자 2022. 5.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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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똑같은데…. 한복 입은 일본 만화라고 해도 믿겠네.”

이달 초 국내 웹툰 ‘이매망량’ 1화 댓글창에 한 독자가 댓글을 달았다.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일본 유명 만화 ‘체인소 맨’과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표절 의혹이었다. 두 만화 모두 악마 사냥꾼을 다룬 판타지로, 시대 배경(조선시대)만 다를 뿐 설정 및 전개 방식의 유사성이 강하다는 논증이 잇따랐다. 연재처인 네이버웹툰은 지난 17일 “문제가 된 초반 원고를 수정해 향후 재오픈을 진행하겠다”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연재 일주일 만이었다.

자타 공인 국내 1위 웹툰 회사로 평가받는 네이버웹툰에서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징이라면 시비의 대상이 주로 일본 만화이고, 이번에 문제가 된 ‘체인소 맨’부터 ‘몬스터’ ‘에반게리온’ ‘귀멸의 칼날’ 등 대부분 대중적으로 매우 유명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만화 좀 본 사람이라면 모르기가 더 힘든 작품이기에 초보적인 필터링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네이버웹툰에는 편집부가 존재하지 않는 건가”라는 댓글이 봇물 터지는 이유다. 논란은 신속히 일본으로 건너가 혐한(嫌韓)의 씹을거리로 활용되고 있다. 나라 망신이다.

지난달에는 네이버웹툰 연재작 사이에서도 표절 시비가 불거졌다. 신작 웹툰(‘그녀의 육하원칙’)이 기존 웹툰(‘소녀 재판’)의 설정 및 연출 방식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반응이 빗발친 것이다. 알고 보니 두 작품 모두 네이버웹툰 주최 신인 공모전 입선작이었다는 웃지 못할 코미디도 연출됐다. 표절 의혹을 받은 작가는 “감명 깊게 봤던 작품이라 초반 콘셉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 말씀을 전했으며 논란이 된 연출은 수정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연재 중단은 없었다.

외연 확장에 급급해 작품 관리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연재작은 530개. 지난해 동기 대비 100여 개 증가한 수치다. 연재의 문턱이 점차 낮아지면서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숫자가 늘수록 작품 하나에 쏟는 내부의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양산형 웹툰이 너무 많다”는 독자 의견은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독자 참여 작품 모니터링단 운영” 방침을 밝혔다. “자기네 할 일을 독자에게 떠넘긴다”는 반발이 거세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표방한다. 콘텐츠 기업에 표절은 치명상이다. 그러나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다음 분기 증가한 영업이익과 한국 웹툰의 약진을 보도자료로 배포할 것이다. 일본 망가를 넘어섰다며 자화자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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