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트럭 시위와 조공
트럭 시위의 반대말은? 답은 ‘조공’이다. 속국이 종주국에 때에 맞추어 공물을 바치던 그 조공을 말함이 아니다. 좋아하거나 지지하는 대상에게 커피차나 밥차 같은 선물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팬심을 나타낼 수 있다면 기꺼이 ‘을’이 되어도 행복하다는 마음이다.
트럭 시위는 정반대의 사례다. 트럭을 이용하여 도로를 막고 자신들의 의사를 주장하는 전통적인 트럭 시위를 말함이 아니다. 트럭에 전광판을 실은 다음 전광판에 항의나 반대를 표하는 문구를 띄우고 일정 지역을 돌며 시위하는 방식이다. 정부나 특정 정파에 대한 정치적 의사 표명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주로는 연예계나 프로스포츠계에서 팬들이 특정 이슈에 대하여 의견을 표출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 둘이 반대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공이나 트럭 시위 모두 ‘대행’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사실 대행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지는 자못 오래되었다. “배달의 민족답게 배달문화를 선도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배달문화는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배달도 일종의 대행이다. 식당에 직접 가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오는 행위를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하는 것이다.
요즘 대학 축제를 봐도 대행이 쉬 목도된다. 축제의 이름은 1980년대처럼 대동제, 그러니까 ‘모두가 직접 나서 하나 되는 제전’이지만 실상은 이름과 거리가 제법 된다.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던 장터는 기성 업체의 스낵카 등으로 대체되었다. 직접 참여해서 즐기던 놀이문화 자리는 주로 유명 가수나 아이돌의 공연으로 채워진다. 학생들은 적당한 비용을 치르고 이들을 즐기고 향유한다. 직접적 참여로 꾸려지던 축제가 적절한 비용을 매개로 대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대행을 소극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행이 오히려 참여를 유발한다고 할 수도 있다. 자못 역설적이지만 적극적 태도의 결과가 대행이라는 것이다. 사실 스마트폰이 사람의 기억을 대신하고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은 지 오래니 대행은 의외로 우리 생활에 그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대행 민주주의 사회’도 출현할지 모른다. 아직은 촛불 민주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말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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