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때처럼 보복할까..재계 'IPEF 후폭풍' 예의주시

백일현 입력 2022. 5. 25. 00:04 수정 2022. 5. 2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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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도로 23일 브릭스(BRICS) 산업장관 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회의는 IPEF 등 미국의 확장세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신화통신]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 보복 조치를 할 경우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재계에선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 한국 기업에 보복성 조치를 했던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IPEF 가입 이후 우선 중국 수출액이 많고 중국에 공장이 있는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 199조7447억원 중 중국 수출액은 59조7247억원으로 30%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와 충칭에 각각 D램 공장,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또 랴오닝성 다롄에는 새로운 3D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한 반도체 중 59.7%가 중국(홍콩 포함)에 수출됐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극단적으로는 중국이 수입금지 조처를 내릴 우려가 있지만,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제품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사드 사태 때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내려지면서 한국의 유통·화장품·자동차 업계가 크게 피해를 본 것처럼 반도체 테두리를 벗어난 다른 분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보복이 시작된 이후인 2017년 4월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5만1059대로, 전년 대비 65.1% 줄어들었다. 현재는 점유율이 1%대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부진하다 보니 지난해 베이징 공장 한 곳을 매각했고, 충칭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미 판매량이 쪼그라든 상황이어서 피해가 작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주요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도 문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의 중국 의존도는 94.7%에 달한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수요의 83.5%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석유화학 분야의 핵심 소재인 초산에틸은 중국에서 64.1% 들여온다.

자동차 차체나 차량용 시트 프레임, 항공기 등 부품 경량화에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마그네슘잉곳은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소형화·경량화를 구현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최대 수입국 역시 중국으로 전체 수요량의 86.2%를 들여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무역협회는 지난 17일 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시사점-IPEF, 무역·투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최근 미·중 경쟁 구도의 변화를 고려할 때 극단적 힘겨루기 및 편가르기로 진행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적게 봤다.

박선민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연구위원은 “중국이 제재에 나선다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광물의 대체처를 찾아야 하니 한국 기업이 힘들어질 것”이라면서도 “중국 입장에선 과거 경제 보복 조치를 할 때 내세웠던 안보 위협을 내세우기엔 명분이 약한 데다 IPEF 13개국이 있는데 한국만 보복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일현·이수정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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