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신한울’ 환경평가, 대폭 앞당길 방법 찾아야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2022. 5.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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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가 건설 중단시켜
5년 지났다고
환경평가 또 받아야
건설 재개되려면 다시 3년
원자력 생태계 말라죽기를
보고만 있을 건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5년째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전 3·4호기 예정지. 부지 조성이 이미 끝나 있다. 멀리 보이는 것이 신한울 1·2호기. /이진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5년 전 중단시킨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이 언제 재개될지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엔 신한울 3·4호기가 꼭 필요하다. 2030년까지 가동시키지 못하면 다른 무탄소 전원(電源)을 동원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2800MW(메가와트) 설비용량이다. 그걸 대체하려면 서울시 면적 45%만큼의 태양광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무리를 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 후 건설 허가를 따내기 직전 단계에서 공사가 멈췄다. 부지 조성도 마무리됐고 주(主)기기 제작 등에 이미 7900억원이 투입된 상태였다. 고사 상태인 원자력 산업계의 숨통을 틔워주려면 서둘러 공사가 재개돼야 한다. 그러나 신한울 3·4호기의 착공은 ①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 ②환경영향평가 재협의 ③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①은 올해 말까지 하게 돼 있고, 그후 ②와 ③의 절차에도 최소한 2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25년이나 돼야 착공이 가능하다.

한국 원자력 산업계가 튼튼한 생태계를 유지해온 것은 50년 동안 꾸준히 원전을 건설해왔기 때문이다. 설계~제작~시공~운전의 전 과정에서 기술 인력 양성과 부품 공급 네트워크가 물 흐르듯 했다. 그랬던 것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공백 5년으로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발주 물량이 바닥나 숙련공들은 이탈했다. 최대한 빨리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하는데 앞으로 3년을 더 지금 상태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산업계가 낙담할 수밖에 없다.

2018년 11월 원전 주기기 공급 업체인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에 신한울 원전 3호기용 부품들이 쌓여있다./김동환 기자

착공까지의 행정 절차 중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다. 이미 한번 밟은 절차지만, 환경영향평가를 받고도 5년간 착공하지 않으면 다시 재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법 규정이 있다. 작년 8월 그 시한이 지났다.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공청회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환경부와의 협의를 거치면서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련의 과정을 마치기 전에 미리 공사부터 들어가는 것도 금지돼 있다.

신한울 3·4호기의 환경영향평가엔 무려 5년(2011년 7월~2016년 8월)이 걸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경주 지진(2016년) 등의 영향으로 꼼꼼한 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완공 단계에 들어가 있는 신한울 1·2호기의 경우는 2006~2009년의 3년 동안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됐다. 신한울 3·4호기 부지는 신한울 1·2호기와 맞닿아 있다. 완공 후 원자로 간 거리는 400m 정도다. 1·2호기와 3·4호기는 법률적으론 구분된 부지이지만 기술적으로는 거의 동일 부지 위의 설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노형(爐型)이기도 하다. 1·2호기에 비해 3·4호기 환경영향평가는 대상 면적이 좀 더 확대됐고 더 촘촘한 간격으로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방식의 조사였다. 1·2호기에 대해선 현재 완공 후 사후환경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자료를 3·4호기 환경영향평가에 활용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3·4호기는 환경영향평가 재협의가 끝나더라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후 건설허가를 따내 착공하면 다시 완공까지 5~7년 필요하다. 절차대로 다 밟으면 아무리 서둘러도 2030년까지 가동은 힘들게 돼 있다.

대충대충 과정을 건너뛰자는 말이 아니다. 공무원들부터 그럴 마음이 없을 것이다. 월성1호기 사건으로 여러 명이 다쳤고 당시의 장관, 청와대 비서관, 한수원 사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절차상 트집 잡힐 여지를 둘 경우 원자력 반대 단체의 소송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월성1호기 때는 경제성평가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자 수치를 대놓고 조작한 것이 문제였다. 신한울 3·4호기는 받을 만큼 충분히 환경영향평가를 받아놓고도 다시 한번 그 절차를 되풀이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규에서 정한 과정들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행정 절차의 소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본평가에 앞서 관련 협의회를 구성해 평가의 대상, 항목, 범위 등을 결정하게 돼 있다. 협의회에는 주민대표, 전문가, NGO도 참여한다. 그 협의회에서 신한울 원전 단지의 과거 환경영향평가 이력(履歷) 등을 감안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는 평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5년 임기 동안 원전을 못 짓게 손발을 묶어놓았는데, 그 5년 동안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이미 승인을 받아놓은 환경영향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다. 앞 정부가 박아 놓은 탈원전 대못이 에너지 기간 산업을 말라 비틀어지게 만드는 걸 뻔히 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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