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와 맞바꾼 '정호영 낙마'..尹정부 '인물난' 지속
'김인철·정호영 낙마'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선 일단락
6·1 지방선거 임박…'교육·복지부 수장 공백' 장기화 가능성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밤 자진 사퇴하면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18개 부처 중 2곳이 공석인 상태로 일단락됐다.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 논란이 제기된 정 후보자의 낙마는 지난달 10일 후보자 지명 이후 43일 만이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자녀 풀브라이트 장학금 '아빠 찬스' 의혹, '방석집 논문심사' 의혹 등이 제기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정 후보자의 뒤늦은 사퇴는 지난 20일 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협조하면서, '예견된 사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국회에 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9일까지)한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야당이 부적격으로 판단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임명 강행은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당내 중진 및 다수 의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건 곤란하지 않냐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당내 정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대통령실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국회 내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한 총리 임명동의안 가결에 협조한 직후부터 정 후보자 사퇴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가 사퇴를 선언한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해석을 두고 대통령의 '지명 철회'에 대한 결단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 후보자 자진 사퇴를 의미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후 약 12시간 만에 나온 정 후보자 사퇴의 변을 보면 '그 시간'은 후보자가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이날 밤 복지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자녀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많은 자리를 빌려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없었음을 설명드린 바 있다"며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밝혀진 바 없으며,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 제시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퇴하는 순간까지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 것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는 시민단체의 고발로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만약 수사기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처럼 조사하지 않고 적당히 덮는다면, 민주당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 '내로남불' 비판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지칭하는 용어로 바뀔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의 후임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 후보자까지 최종 낙마하면서 윤 대통령이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했던' 연금(복지부)·교육(교육부) 개혁'을 책임질 부처의 수장 자리는 공백이 더 길어지게 됐다.
대통령실 측은 당초 내각 인선이 완료되면 세종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지만, 오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정식 국무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내각 인선 완료 후 세종 국무회의 개최 발언) 때는 전 정부 장관이 있는 상태였고,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국무위원 인선이) 되어서 세종에서 첫 국무회의를 열어도 되는 시점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교육부·복지부 장관 후속 인선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 측의 '인물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석인 장관직과 관련해 내부에서 추린 여러 후보군에게 의사를 물었지만,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혹독한 인사 검증을 통과한다고 스스로 자신하지 못하거나, 가족의 만류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측은 "인선과 관련해선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적임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선 새 사회부총리 후보군으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의 대선 후보 시절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새 복지부 장관 후보군으로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소장, 윤도흠 차의과대 의무부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 전까지는 '인선 리스크'를 고려해 후임자를 낙점하더라도 발표를 선거 이후로 미루거나, 지방선거 이후까지 인사 검증을 한층 더 철저히 하면서 후임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선에 대해 "대선 과정에서 정치 신인이기에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고, 어떠한 패거리도 없다더니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 이하의 인선이었다"라며 "인사 검증은 더 형편없었다.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 대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수사와 재판을 받지 않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내로남불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장관 외에 대통령실 내부 인선에도 여러 명이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인사 검증은 더 혹독해질 것이고, 지금과 같이 좁은 인재풀에서 인사를 한다면 인사 문제는 두고두고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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