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어느 사진기자의 기록

최승영 기자 2022. 5. 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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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가 입길에 올랐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이사 비용, 관저·집무실 분리에 따른 대통령의 출근길, 청와대 개방과 많은 방문객 등 잇따라 뉴스가 쏟아졌다.

책 <사진과 사료로 보는 청와대의 모든 것> 은 "청와대 안 건축과 그림과 문화의 아름다운 향취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던 사진기자의 기록이다.

1993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사진부 선임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2005~2007년, 2015~2017년 두 차례 청와대를 출입하며 항상 거기 있었지만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들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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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사진과 사료로 보는 청와대의 모든 것' 백승렬 연합뉴스 선임기자

최근 청와대가 입길에 올랐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이사 비용, 관저·집무실 분리에 따른 대통령의 출근길, 청와대 개방과 많은 방문객 등 잇따라 뉴스가 쏟아졌다. 이런 얘기들에서 늘상 주연은 ‘대통령’이었다. 함께 언급될지언정 ‘청와대’란 장소의 자리는 늘 뒤 편이었다. 대통령직의 막중함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런 의문은 남는다. 대통령과 사람들이 바뀌는 동안 정작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이었나.

책 <사진과 사료로 보는 청와대의 모든 것>은 “청와대 안 건축과 그림과 문화의 아름다운 향취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던 사진기자의 기록이다. 1993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사진부 선임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2005~2007년, 2015~2017년 두 차례 청와대를 출입하며 항상 거기 있었지만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들을 찍었다. 취재 현장에 도착해 절차를 밟고 남은 5~15분의 자투리 시간, 경호관에게 ‘찍으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고 촬영화면을 보여주는 해프닝을 겪으며 남긴 사진들. 그렇게 본관,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춘추관, 여민관을 돌아다니며 기와, 지붕, 추녀, 기둥, 잡상, 공포, 해태, 드므 등 이목구비를 찍었다. 그림, 가구, 병풍, 문양, 정원 등 내면을 살피며 몰라봤던 아름다움을 앞으로 밀어 올렸다.

종종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美)를 받아들이는 자체로 만족하지 못한다. 주말마다 도서관과 서점을 찾고 인터넷을 뒤지고 청와대를 아는 이들에게 물어 자신이 본 것의 의미를 알고자 했던 저자 역시 그랬던 듯하다. 촬영 제한이 큰 곳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이 이 책의 차별적인 매력이라면 피사체 각각의 사연을 꼼꼼히 좇은 저자의 기록은 그 매력을 증폭시키며 ‘정말 청와대를 몰랐구나’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예컨대 현 청와대 자리는 고려시대 3경 중 ‘남경’의 위치였다. 수차례 격하와 승격을 거친 끝에 조선 건국 이후엔 경복궁의 후원이 됐지만 임진왜란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며 270년간 방치됐다가 흥선대원군의 중건으로 부활했다. 오늘날 청와대 모습은 노태우 대통령 임기 중간인 1990~1991년 춘추관과 관저, 본관이 새로 지어지며 꾸려졌다. 이전 대통령들은 청와대 부지 내 수궁터에 있던 일제시대 총독 관사를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했다. 각종 물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청와대를 일터로 삼았던 저자는 본관 2층 접견실에 걸린 ‘능행도’ 그림에 개가 7마리 숨어있다며 정답(?)을 공개한다. 출입기자, 근무자들이 이 개를 모두 찾으면 청와대를 떠날 때가 됐다고 말한다는 농도 전한다.

책은 시종일관 청와대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에 시선을 준다. ‘정치’가 아닌 ‘문화예술’로 대할 때 ‘청와대 터를 742년 간 지킨 주목(朱木)’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 청와대가 개방된 시기 출간된 터 문화재처럼 청와대를 다루는 방식은 시의성을 확보하고 정치적 논란을 줄이는 접근이기도 하다. 다만 책 스탠스와 별개로 청와대를 둘러싼 이야기는 인간 역시 변하지 않는 범주에 포함시킬 근거이기도 하다.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풍수지리·풍수도참의 영향으로 청와대 터가 복받은 땅으로 여겨졌다면 현 청와대 건축 시엔 음양오행이 고려됐고 여전히 현실 정치에서 ‘점괘’가 거론되듯,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쉽게도 미래의 ‘우리’를 지켜보는 건 주목 같은 존재이지 현재의 ‘우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 대상에 귀 기울일 계기만으로도 책은 의미가 있다.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속삭임은 분명 지금 우리의 정서를 더 풍족하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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