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원숭이두창 추가 확인..WHO "유럽·북미 확산 억제 가능해"

서동준 기자 2022. 5. 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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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두창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원숭이두창은 최근 풍토병화되지 않은 유럽과 미국, 중동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 제공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이 영국에서 추가로 37건 확인되면서 영국 내 누적 발생이 57건으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중보건 조치를 통해 유럽과 북미에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대중에게 폭넓게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지난 23일  잉글랜드에서 36건이 추가로 확인된데 이어 스코틀랜드에서도 처음으로 1건이 보고되면서 총 57건으로 집계됐다며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직접 접촉했거나 함께 사는 경우 3주 자가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에서 발견되는 풍토병이다. 독감과 비슷하며 림프샘이 붓고 몸에 발진이 나타난다. 천연두와 비슷하나 증상은 더 약하다.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체액이나 침방울 또는 이를 통해 오염된 물질과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2~4주간 증상이 이어지며 대부분 자연 회복한다.

보건안전청은 밀접 접촉자들에게 천연두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수전 홉킨스 보건안전청(HSA) 최고의학고문은 BBC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는 사용하진 않고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거나 증상 발현 초기 4∼5일 이내인 사람들에게 접종한다"고 말했다.

보건안전청은 또 감염자와 접촉한 경우 최근 접촉 이력을 제공하고 이동하지 말라면서 면역이 약화한 사람이나 임신부, 12세 미만 어린이와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40여년간 아프리카의 풍토병에 머물렀던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WHO는 원숭이두창 전파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WHO는 21일 기준 호주,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 미국 등 12개국에서 92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와 28건의 의심 사례를 보고했다. 하지만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위스, 텐마크, 오스트리아, 모로코, 아르헨티나 등 6개국에서도 확진 사례가 발생하며 총 18개국에서 확진자가 171명, 의심 환자가 86명으로 늘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 WHO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실시간 질의응답을 통해 "유럽과 북미 등에서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으나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 간 전염을 막길 원하며 풍토병이 아닌 지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조기 인지와 격리 등 공중보건 수단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프리카 지역의 급속한 확산 가능성이 남아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ECDC도 원숭이두창이 폭넓게 확산할 위험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스레아 아몬 ECDC 소장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현재 감염 사례의 대부분은 경증을 보이고 있으며, 좀 더 폭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확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몬 소장은 "그러나 밀접 접촉, 예컨대 다수의 성적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 사이의 성행위를 통한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했을 때 전염되기 쉬워 성행위 중 감염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AP통신을 통해 “원숭이두창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광란의 파티에 발생한 우연한 사건인 것 같다”며 "성적 접촉이 전이를 증폭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 WHO는 기본적으로 성병은 아니라며 누구나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방역당국은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통해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으로 사람 간 감염이 드문 것으로 평가되나 해외여행 증가와 비교적 긴 잠복기를 고려할 때 해외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발생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발열체크와 건강상태질문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천연두 백신 3500여만 명분이 생물 테러를 비롯한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할 목적으로 비축돼 있다. 
 

1997년 콩고에서 확인된 원숭이두창 환자의 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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