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독재국가 벨라루스, 조지오웰 '1984' 금서로 지정

김지원 기자 2022. 5. 2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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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벨라루스판/@JonBlackwood 트위터

동유럽 독재국가이자 러시아 맹방인 벨라루스가 최근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금서(禁書)로 지정했다고 현지 매체 나샤 니바가 최근 보도했다. 현재 벨라루스의 대형 서점 ‘벨크니가’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동물농장’ 등 오웰의 다른 저서는 구매할 수 있지만, ‘1984′는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 정부는 이달 19일까지 ‘1984′의 모든 판본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서점에 진열된 책을 치우고, 출판사가 가진 재고에 대해서도 회수 명령을 내렸다. 나샤 니바는 “지난 16일에는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의 한 관계자가 보안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전했다.

대중을 감시·통제하는 ‘빅 브러더’ 지배하의 전체주의 세계를 그린 ‘1984′는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에서 1987년까지 금서였다. 오웰이 쓴 이 소설은 1949년 첫 출간됐지만 벨라루스에서는 소련 붕괴 이듬해인 1992년 처음 번역서가 나왔다. 이후 2020년과 지난해 두 차례 재출간될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1984′는 이번 조치 전까지만 해도 수십 년 전 출간된 도서로는 이례적으로 ‘벨크니가’에서 베스트셀러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샤 니바는 “국민들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반영한 결과였다”고 했다.

벨라루스 정부가 ‘1984′를 금서로 지정한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소설에 묘사된 상황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전체주의 통치와 닮았기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벨라루스 시인 세리이 프릴루츠키는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포스트에 “(금서 지정은) 모든 독재자의 전통적인 행동”이라며 “벨라루스 문화를 억누르려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수없이 많은 시도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 국가’다. 러시아에서는 침공이 시작된 이후 ‘1984′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해방을 위한 방어전’으로 묘사하기 위해 국가 선전 장치를 총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온라인 상점에서는 ‘1984′ 판매율이 75%나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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