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후에도 여전한 통증..주목받는 '추간공성형술'

이병문 2022. 5. 2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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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절제술·척추융합술 등
통증발생빈도 10~40%로 높아
수술후 섬유화로 인한 신경유착
다리통증과 저림의 원인 지목
국내 개발·특허 '추간공성형술'
신경지나는 통로 넓혀 치료
전신마취 안해 고령환자도 시술
6개월후 성공률 75%로 큰 효과
척추수술후통증증후군 환자에게 영상 장치를 보면서 `추간공성형술 키트`(ForaMoon™)로 추간공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문동언통증의학과의원]
다리에 뻗치는 통증을 호소하던 김 모씨(66·남)는 수년 전부터 신경주사치료를 받으며 잘 지냈다. 1년 전에는 200~300m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 아팠고 저림을 느꼈으며 증상이 더욱 심해져 신경성형술 치료를 받았다.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요추 4번과 5번 척추관을 넓히는 수술까지 받았다.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은 호전됐지만, 보행이 여전히 힘들고 허리 통증이 새로 생겼다. 김씨는 최근 '추간공성형술' 치료를 받은 뒤, 다리와 허리 통증이 줄고 걷기가 편해졌다.
김씨처럼 척추수술 후 통증이 계속되거나 없던 통증이 생긴 경우를 '척추수술후통증증후군(The 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고 한다. 발생 빈도는 10~40%로 매우 높다. 미세디스크 절제술 19~25%, 척추관협착증 29.2%, 척추융합술(고정술) 30~46%의 수술 후 환자에게 발병한다. 무릎과 같은 다른 만성통증 질환의 수술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높지만, 척추수술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 척추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발병 빈도가 더욱 높다. 미국은 영국보다 수술률이 5배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척추수술 건수가 미국의 1.5배, 일본의 3배나 많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척추수술후통증 환자가 매우 많을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척추수술 건수는 2015년 14만5181건에서 2019년 16만9222건으로 약 17% 증가했다. 하지만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의 15~20%는 척추나 다리 부위 통증이 지속되거나, 수술 직후 사라졌던 통증이 1년 내 재발하는 척추수술후통증증후군을 겪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수술 시 통증 원인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거나 수술 전 진단이 잘못된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척추수술은 수술 자체가 인대, 힘줄 그리고 근육 등 조직을 손상시키며 척추구조의 변형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허리 디스크 수술 5년 후 재발할 확률은 5~25%이며 수술을 여러 번 받으면 척추 불안정성도 더욱 증가한다. 수술 중 절개 과정에서 척추신경을 둘러싼 조직에 상처가 나며 이 상처가 아물면서 딱지가 생기듯, 주변 조직이 딱딱하게 되는 섬유화도 진행된다. 척추수술 환자의 20~36%에서 섬유화로 인한 신경 유착이 일어나며, 이는 다리 통증과 저림의 원인이 된다. 섬유화로 혈관이나 뇌척수액을 통한 척수신경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감소해 신경염증과 신경흥분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알프 나헴슨 스웨덴 예테보리대 정형외과 교수에 의하면 수술성공률은 1차 수술에서 50% 이상이지만 수술을 반복할수록 효과는 현저히 감소한다. 즉, 2차 수술 후 30%, 3차 수술 후 15%까지, 그리고 4차 수술 후에는 5%까지 수술 성공률이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프리취 독일 함부르크대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수술을 2회 이상하는 재수술의 수술성공률은 22~40%로 매우 낮은데 이는 섬유화와 척추 불안정성이 더욱더 증가하며 신경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척추수술에 실패한 환자에게 나사못을 박는 척추융합술은 효과가 더욱 나쁜데, 수술 15개월 후 65%가 만족하지 못했으며 35%의 환자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척추융합술은 인대와 근육에 직접 손상을 일으키며, 장기간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므로 허리 근력도 약해질 수 있다. 고정된 뼈의 위와 아래 마디의 척추는 수술 전보다 힘을 많이 받아 관절과 추간판 퇴행도 가속화된다. 따라서 수술 5년 후 위아래 마디에 새로운 디스크 질환이 척추융합술 환자의 36%에게서 발생한다.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에는 긴장이 증가해 통증이 발생하고 척추관절에도 영향을 미처 후관절증후군이 나타난다. 골반에 힘이 비대칭적으로 작용해 천장관절증후군도 유발한다. 요시하라 미국 뉴욕대병원 정형외과 박사는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의 16~43%가 천장관절증후군을 동반하므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수술은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치료 성적이 매우 나쁘고 척추수술후통증증후군이 발생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 신경손상까지 동반되면 완전한 통증치료가 불가능하며 일상생활이 어렵고 직장을 잃는 사람도 흔하다.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지만 척추수술이나 재수술을 하기 전 비수술치료를 먼저 시도해보고 실패할 때 척추수술을 받는 것이 추천된다.

척추수술을 처음부터 바로 받아야 하는 사람은 △척수손상에 의한 마미증후군(성기능 장애, 배뇨 장애) △점진적 마비와 근력 감소 △심각한 마비와 근력 감소 △비수술치료 2~3개월 후에도 통증 등 증상 호전이 없는 경우다. 척추수술을 1회 이상 받았던 환자가 재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척수손상에 의한 성기능·배뇨 장애 △점진적 마비와 근력 감소 △심각한 마비와 근력 감소 △나사못 문제로 척추의 움직임이 심한 경우다. 척추수술을 다시 받아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심장박동기처럼 척추 속 경막외강에 전선을 심는 척수자극술을 시도하거나 약물주입기를 삽입해야 한다. 충전용 건전지와 약물주입통을 몸속에 이식해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며 성공률 또한 높지 않다.

가톨릭의대 명예교수인 문동언 문동언통증의학과의원 원장은 "'척추수술만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번 생기면 통증치료 자체가 매우 어려우므로 응급을 요하는 경우만 제외하고 비수술치료를 먼저 시도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며 약물·물리 치료를 시작한다. 통증이 심하고 보행 장애가 있다면 '신경주사치료'(신경차단치료)가 필요하고, 신경염증이 반복돼 신경유착이 발생하면 꼬리뼈에 카테터를 넣어 유착을 벗겨내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신경유착이 심해 신경뿌리가 나오는 통로인 추간공이 막혔다면 신경성형술 카테터를 좁아진 추간공이나 척추관 내로 삽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문 원장은 추간공과 척추관이 좁아진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수술하기 전, 그리고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수술받기 전 시도해볼 수 있는 '추간공성형술 키트'(ForaMoon™)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추간공성형술은 옆구리 쪽 추간공에 특수 기구를 삽입해 치료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두꺼워진 황색 인대와 추간공 인대를 제거하고 신경유착을 뜯어낸다. 관절 주위 뼈 돌기도 갉아내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넓혀 협착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한다. 척수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넓어지면 교감신경 기능이 회복된다. 신경뿌리에 혈액 공급도 증가해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하게 된다. 신경뿌리에 염증이 감소하고 하지 통증과 저림, 다리 시림이 개선되며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된다. 문 원장은 "시술 기구를 추간공 뒤쪽으로 삽입하므로 앞쪽으로 지나가는 척수신경 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황색 인대와 추간공 인대만을 골라 절제할 수 있다"면서 "기구는 지름이 2.6㎜로 매우 가늘어 피부 절개가 필요 없고, 출혈이나 통증도 거의 없어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휘어진 기구를 사용하므로 장골능이 높은 환자의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 협착증도 치료 가능하다. 외측·중추 협착증도 치료할 수 있다. 한 번 시술로 6개 추간공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키트에 포함된 풍선카테터를 삽입해 치료 약제를 주입하기도 한다. 추간공성형술 키트 시술은 추간관절 낭종(물혹)이 신경을 누르는 경우, 심한 디스크탈출증 환자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술 시간은 20분 전후로 짧고,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고령이나 지병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문 원장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이용한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수술후통증증후군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6개월 후 74.5%(110명 중 82명)에게 통증이 50% 이상 감소하거나 보행거리, 장애지수가 좋아졌으며 78.2%는 치료 효과에 매우 만족했다. 일시적인 통증과 저림 등의 부작용 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 치료법은 지난해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Pain Physician' 11월호에 실렸다.

※ 기사 관련 통계와 내용은 'Spine Journal' 'Pain Medicine' 'Journal of Pain Research' 등 다수의 국제논문을 토대로 작성됐음.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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