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m 거리 쿠팡 불난 지 1년 안 됐지"..잇단 물류창고 화재에 주민들 불안

김태희 기자 2022. 5. 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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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이 24일 화재로 불에 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이평리 크리스 F&C 물류센터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잔뜩 뒤덮었어. 매번 이런 일이 생기니 내가 동네를 떠나야 하나 싶다니까.”

24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서 만난 주민 A씨(84)는 크리스F&C 물류센터 화재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오전 11시40분쯤 이천시 마장면 이평리 크리스F&C 물류센터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1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8시54분 모두 꺼졌다.

불은 꺼졌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불이 난 물류센터는 지난해 6월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쿠팡 덕평물류센터와 불과 2㎞가량 떨어져 있다. 한 마을에서 한 해 동안에만 2건의 대형 화재가 일어난 것이다. 마을에는 아직 쿠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폭삭 내려앉은 건물 인근에는 아직 치워지지 않은 까만 잔해들이 쌓여 있었다. 석탄처럼 까맣게 탄 잔해물은 화재 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모내기를 마친 논 곳곳에는 주먹만 한 잔해들이 쌓여 있었고, 길 건너 민가나 식당 앞에서도 발견됐다.

A씨는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는데 원래 60여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면서 “불과 10년 사이 대형 물류창고들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됐다. ‘세상이 변하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동네에서 연달아 계속 큰불이 나니까 불안하다”면서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도에서는 유독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 1월에는 평택시 청북읍에 위치한 팸스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당시 건물 안에 투입됐던 소방관 3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4월에는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8명이 숨졌다.

사고가 잦은 이유는 입지적, 구조적 요인에 있다. 우선 경기도에는 전체 물류창고의 3분의 1에 달하는 물류창고가 밀집해 있다. 물류창고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많은 화재가 발생한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의 지역별 물류창고업 등록 현황을 보면 이날 기준 전국에는 총 4805개의 물류창고가 있는데 경기도에는 1653개(약 34%)가 밀집해 있다. 두 번째인 경남(596개)보다 1000개 이상 많다.

특히 대다수 물류창고는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과 우레탄 등 단열재를 채워 넣은 건축자재인 샌드위치 패널을 조립하는 형태로 지어진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사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샌드위치 패널에 가연성 자재 사용을 제한하는 개정 건축법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지만, 기존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할 수 없어 아직 쓰이고 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의 단열재는 석유화학 제품이라 인화성이 강하고 연소 확대가 급속히 이뤄진다”면서 “단열재까지 물이 침투할 수 없어 진압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 강화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책임자 처벌을 강화해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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