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사고 유족 "안전관리 부실" 침통
울산 사망자 동료, 문제 지적
“계약서에 없는 일 하청 떠넘겨
원청업체 무리한 작업 지시도”
시민단체 “폭발 진상 규명을”
“원청업체가 안전관리에는 부실하고, 계약서상에도 없는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면서 빚어진 비극입니다.”
23일 울산 남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 울산 온산공단 에쓰오일 공장 폭발사고로 숨진 김모씨(37)의 유족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시민단체 등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김씨의 죽음을 위로하고 있었지만 빈소의 적막함은 비통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김씨의 동료 A씨(37)는 긴 한숨만 내쉬며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A씨는 김씨의 30년지기 친구다. 이들은 10년간 같은 업무를 해왔다. A씨는 폭발 사고 1시간 전 퇴근해 화를 면했다. A씨가 사고 발생 7시간 전 원청업체(에쓰오일)로부터 긴급 가스밸브 점검 요청을 받고 작업하다 교대한 지 1시간 만에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A씨는 사고 당시 원청업체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스가 새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현장에 있는 가스탱크 두 개 중 한 곳에서 가스가 새나오면서 폭발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며 “가스 누출을 막는 잠금장치가 풀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원청업체의 안전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는 원청업체의 무리한 작업 지시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업체는 원청업체와 3년간 단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로, 계약상 20인치짜리 밸브를 관리하게 돼 있다”며 “사고 당일 우리(하청업체) 직원들이 점검한 밸브는 24인치짜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하청업체의 업무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원청에서 지시하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하청업체의 인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하청업체는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선정된다”며 “당연히 인건비에 적은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어 한정된 인력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지역 시민단체는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없는 울산 만들기 운동본부’는 24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산단의 노후화에 따른 사고 위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안전관리를 매번 확인하면서 울산시민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폭발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경영자 엄중처벌,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보상, 국가산단 폭발 사고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소방본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이날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사고 현장에서 ‘알킬레이션’ 관련 설비를 중심으로 현장 합동감식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사고 현장 내 아황산가스 농도가 높아 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알킬레이션은 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를 추출하는 공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속단하기 어려운 단계이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합동감식 등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유족 등과 보상 문제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오후 8시51분쯤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대형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하청업체 직원 김씨가 숨지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다쳤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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