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박찬욱이 칸에서 하소연한 이유는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웃음).”
24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의 공식 회견장.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을 찾은 박찬욱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하소연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가 대부분이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핏빛 흥건한 폭력이나 농도 짙은 성애(性愛) 묘사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한 질문에 박 감독은 “다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이런 질문을 안 했을 텐데, (폭력과 성애가) 있으면 ‘왜 있느냐’고 하고 반대로 없으면 ‘왜 없느냐’고 질문하시니…”라고 답변해서 전 세계 취재진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박찬욱의 과감한 변신, 혹은 ‘변심’ 때문에 이번 영화의 홍보 전략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헤어질 결심’은 이미 192개국과 선판매 계약을 맺어서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 감독은 “여러 나라 배급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홍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 작품은 ‘박찬욱 영화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준다’고 하길래 ‘그건 좀 위험하다’면서 말렸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더 진화된 폭력이나 더 진화된 섹스를 기대할 것만 같아서 차라리 감독의 이름을 바꿔서 모르는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칸느 박’ 박찬욱의 천연덕스러운 너스레에 칸의 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박 감독은 “제가 이번엔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도 엄청난 섹스 장면이 나올 듯한 기대를 하길래 반대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산 정상에서 추락한 중년 남성의 변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를 의심하는 미스터리 형사물. 하지만 잠복 수사와 신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둘은 가까워진다. 전반부의 누아르물과 후반부의 로맨스가 결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박찬욱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과감한 폭력이나 노출은 나오지 않는다.
폭력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올드보이’ 때문에 액션 연출의 전문가처럼 알려져 있지만, 무술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코웃음을 칠 것”이라며 “액션 장면 연출에 관심이 많은 감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정교하고 힘이 느껴지는 방향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액션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헤어질 결심’은 칸 영화제 이후 국내에서는 6월 29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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