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젠더 갈등' 지적에 "여성에 과감한 기회 부여토록 노력"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21대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부의장의 말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부의장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젠더 갈등이다.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 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쳐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하더라”라며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 때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면서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초대 내각 역시 남성 편중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 내각에서 국무총리를 포함해 전체 19명 국무위원 중 여성은 3명이다.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내각에서 여성이 배제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내각의 장관이라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답변해 여성 장관 부족을 사실상 여성 책임으로 돌렸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과 관련해 “새 정부의 첫 총리인 만큼 신중하게 했다”며 “이제는 여권이 화답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대화하고 또 대화하면서 왔다. 제 원칙은 억강부약이다.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사람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여야 협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희 부의장은 “대통령이 된 뒤엔 소통이 어려워지는데 힘드셔도 꾸준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진석 부의장은 “대통령실이라고 하는 게 권위적이고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주신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가까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소통이 참 편하다. 국민들과 잘 소통하려면 내부 소통이 먼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를 의장단에게 소개하며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지각한다고 할까봐 늦게 올 수가 없다”며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할까 생각한다. 어떤 날은 예상한 질문이 나오고,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장단 질문에 윤 대통령은 “그냥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는 박 의장과 정·김 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국방부 콘벤션센터로 이동해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만찬을 했다.
유설희·심진용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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