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실패 침묵 속 정치적 줄타기..윤 대통령 아슬아슬 협치
사퇴 여론에도 “위법 사항 없다”며 버티기에 힘 실어줘
한덕수 총리 인준 싸고 민주당과 ‘정치적 거래’ 지적도
‘협치’ 모양새는 갖췄지만 지방선거 성적 따라 유동적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논란이 일단 마무리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됐고, 더불어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지명 철회를 주장했던 ‘한·호·철’(한동훈 법무부 장관·정 후보자·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3인방 중 두 사람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됐다.
한 총리 인준부터 정 후보자 사퇴까지 윤 대통령과 야당이 한 발씩 물러서며 협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거듭된 ‘인사 실패’에도 윤 대통령이 해명이나 사과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총리 인준 후에야 정 후보자 거취가 정리됐다는 점에서 내각 인사를 ‘정치적 거래’에 활용했다는 지적 또한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야당 반대가 워낙 거세 임명이 됐더라도 정상적으로 업무 수행이 힘든 상황이라 본인이 결단한 것 같다”며 “여당도 정 후보자를 설득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그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에서도 정 후보자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며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정 후보자에 대한 당 입장을 전달했고, 이준석 대표는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회동하며 “빠른 결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 거취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 후보자가 사퇴를 선언한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동성애자 비하 발언으로 물러나고,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와 성추행 미화 시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윤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정 후보자 사퇴를 종용했지만, 윤 대통령은 ‘위법사항이 없고, 여론에 등 떠밀리듯 인사를 할 수는 없다’고 신중 모드를 지켜온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사람을 내치지 않는’ 성향과, 전문성과 능력주의를 앞세우는 인사 스타일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마이웨이’가 국정운영과 대야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 실패’ 논란에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던 당선 일성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는 최악의 대치를 일단 면했다. 그러나 양측의 ‘정치적 거래’라는 비판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총리 인준 조건으로 정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고, 여권은 총리 인준이 마무리돼야 정 후보자 거취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맞섰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정호영 문제는 한덕수가 주어”라는 말이 나왔다. 양측 모두 인사 연계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과정과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은 ‘발목잡기’ 프레임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고, 여권도 한 후보자 인준 이후 정 후보자 임명 강행 리스크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정 후보자 문제를 정리하면서 윤 대통령은 국정 부담을 덜어냈다. 협치 모양새를 갖췄고, 야당에 손 내밀 발판도 마련했다.
여권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수도권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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