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직속 '공직자 인사검증단' 만든다
다른 부처 고위 공직자 검증 맡아
부처 위의 '상왕 부처' 우려 현실화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산하에 공직자 인사검증을 위한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된다. 법무부가 다른 정부부처 고위 공직자의 인사검증까지 맡는 ‘부처 위의 부처’ ‘상왕 부처’가 되는 셈이다.
법무부는 24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인사정보관리단장과 그를 보좌할 인사정보 1·2담당관 신설, 필요 인력 증원과 분장 사무 내용이 담겼다. 인사혁신처장의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을 법무부 장관이 위탁받아 수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공직후보자에 관한 인사 정보의 수집·관리 사무를 담당한다. 단장은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한 일반직 공무원 가운데서 1명을 임명한다. 일반직 공무원이 단장일 경우 직급은 ‘나등급(국장급)’이 된다. 법무부는 비검찰·비법무부 출신 고위공무원을 단장에 발탁한다는 기조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에 권한이 집중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단원은 검사 3명과 경정 계급 경찰 2명을 포함한 19명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25일까지다. 개정안은 법률이 아니라 법무부령이기 때문에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바로 시행된다. 후속 검찰 인사에서 초대 인사정보관리단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후보자들이 사퇴해 공석인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업무부터 인사정보관리단이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정권이 인사를 통해 검찰과 경찰을 장악해왔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로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이 인사검증 업무를 총괄하게 돼 윤 대통령의 영향력은 도리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은 물론 대통령비서실의 복두규 인사기획관(전 대검 사무국장), 이원모 인사비서관(전 대전지검 검사)도 검찰 출신이다. 검찰이 모든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장관은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에다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까지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으면 다른 부처나 기관이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고, 인사검증 자료가 검찰 수사에 활용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최근 논평에서 “법무부가 인사검증까지 하면 공직자들에 대한 정보가 법무부에 집적되고, 법무부가 직간접적으로 ‘정보·수사·기소권’을 모두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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