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위원회 기한 넘기기 '일쑤'..해법은

박세원, 신정은 기자 2022. 5. 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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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중고 각 학교에서 전담했던 학교폭력위원회의 업무가 2020년 3월부터는 각 교육지원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2년이 지난 지금, 학폭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박세원, 신정은 기자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박세원 기자>

지난해 6월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을 폭행한 여중생에 대한 학폭위는 신고 후 8주 만에 열렸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 학교를 가기가 일단은 두렵잖아요. 반 안에만 있을 수도 없고. (가해 학생이) 복도에 길 가면서 일부러 막 치고 간다거나.]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지적장애가 있는 같은 반 여학생을 괴롭혔던 중학생 7명.

학폭위 개최까지 10주 동안, 피해자에게 학교는 지옥과 같았습니다.

[지적장애인 학폭 피해자 부모 : 이 사건 이후부터 학교 가기 싫다고. 얼마 전에는 빨리 졸업하고 싶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집에 와서 그러더라고요.]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학폭위는 신고 이후 7주 안에 열려야 하는데, 이 지침에 강제성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경기도 A교육지원청 장학사 : 신고하신 분들께서 가장 답답해하는 게 '뭐가 이렇게 늦어 지냐' 뭔가 결론이 나와야지 되는, 그래야지 또 일상적으로 회복도 가능하고 한데….]

학교폭력 관련 법 개정으로 지난 2020년 3월부터 일선 학교가 진행하던 학폭위를 각 교육지원청이 개최하면서 지역별로 처리 기간도 들쭉날쭉합니다.

[이정엽/학교폭력 전문행정사 : 어느 곳은 6주에 하고 어느 곳은 4주 이내에 해버리고 이런 지역적인 편차가 워낙 큰 거죠. 워낙에 이제 밀려서 그게 대기하다 보니까 그 영향이 피해자한테도 가는 거죠.]

170여 개 교육지원청이 전국 1만 2천여 개 학교가 처리하던 학폭위 업무를 전담하는 상황.

학폭 사건이 매년 늘면서 당국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경기도 B교육지원청 학폭 담당 장학사 : (저희 지역에) 약 220여 개 학교에 심의가 개최 요청이 된 것을 모두 처리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오후에 이렇게 심의를 계속 배정을 매일 하고….]

경기도 교육지원청의 한 위원은 취재진에게 사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리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경기도 교육지원청 학폭위 심의위원 : 심의위원회는 불과 3시간이잖아요. 그니까 1시간 동안 가해자든 피해자든 이 사람들의 의견을 다 읽어낸다는 건 부족하다는 얘기죠.]

학폭 사건의 기본 조사를 진행하는 일선 학교에서는 기피 업무가 되면서 부실 조사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기피 업무다 보니까 이거를 기간제 선생님들이 중고등학교는 반 이상을 하시니까… 기간제 선생님들은 '너 채용해줄 테니까 이 학폭 업무하라']

학폭위를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피해 학생의 치유와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교육당국과 학교뿐 아니라 전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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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기자>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경남교육청은 재작년부터 학폭 관계회복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학폭위 진행과는 별도로 관계 회복을 희망하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각각 상담을 받은 뒤 함께 약속 이행문을 만듭니다.

[고흥락/경남 창원교육지원청 관계회복지원 전문가 : 저희는 이 갈등 관계에 대해서 본인들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길게는 두 달 가까이 걸리는 학폭위 처리 기간 동안 아이들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하경남 창원기계공업고 교사/학폭 관계회복지원단 : 서로 막 껴안고 울고 막 이러면서 거의 (밤) 12시까지 갔었어요. (피해 학생이) 그래도 학교생활이 그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졌다.]

그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스스로 뉘우치기도 하고,

[하경남 창원기계공업고 교사/학폭 관계회복지원단 : 우리가 예상치 못한 어떤 지점에서 바로 화해가 되거나, 담임선생님이 시켜서가 아니라 정말 그거는 미안하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을 좀 많이 봤어요.]

무엇보다 피해자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송호찬/경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 초기에 전문가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전문적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으면 학폭 피해는 온전하게 극복되지 않는다는….]

외부 교육전문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학폭예방법에 따르면 전국 교육지원청이 교육전문기관을 피해학생전담지원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현재 일부 지역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학폭 피해학생전담지원기관으로 지정된 경기도의 한 교육단체.

지난해 학폭 피해로 이곳을 찾은 한 학생은 일주일에 세 번씩 전문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학폭 피해자 부모 : 처음에는 사비로 병원 다니고 이러다가… 무기력함이 너무 심했으니까. 근데 학교에서는 자꾸 출결 처리에만 신경을 쓰고 아이 아픈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피해 학생 심리 치료비 등을 가해자 측에서 적절하게 부담할 수 있게 조정하기도 합니다.

[경기도 학폭 피해학생전담기관 관계자 : 초기에 이제 학폭이 벌어지면은 대부분 피해 측 부모님들이 감정이 많이 격해져 있어요. 당사자 간의 분쟁 조정이나 갈등 조정을 통해서 교육적 회복이 가능한 거예요.]

(영상취재 : 박진호·박현철·김태훈·최대웅·윤형, 영상편집 : 윤태호, 화면제공 : 경남교육청)

박세원, 신정은 기자on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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