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달장애인·가족의 잇단 비극, 사회가 돌봄 무게 나눠 져야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40대 엄마가 발달장애를 지닌 6세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는 비극이 23일 벌어졌다. 지난 3월엔 말기암 환자인 50대 엄마가 20대 딸을 살해한 뒤 자수했고, 2월에는 돌봄에 지친 싱글맘이 딸을 남겨둔 채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엔 아버지가 발달장애 아들과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뒤 세상을 등진 사건도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2년간 알려진 죽음만 20명이 넘는다. 국가와 사회가 떠넘긴 돌봄의 무게에 25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
비극이 끊이지 않는 것은 코로나19로 고통이 가중된 탓이 크다. 방역조치로 학교와 복지관이 문을 닫고 돌봄체계가 중단되면서 가족들은 자폐·지적장애 자녀를 집에서 24시간 돌봐야 했다. 부모 중 한 명이 돌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비율이 20%에 이른다고 한다. 장애인 가구의 59.8%가 소득 하위 1~2분위인 점을 감안하면, 생활고까지 겹쳤을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헌신해도 자녀가 사회 구성원으로,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부모는 노년에도 마음놓고 아프기조차 힘들다. 서울복지재단의 최근 조사를 보면 장애 가족돌봄자의 36.7%는 우울·불안 문제를 겪고, 35%가 극단적 선택을 떠올리거나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한 상태다. 지난달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대규모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정부에 지원을 촉구한 이유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돌봄이 부모와 가족에게만 오롯이 맡겨진 상황에서 10년, 20년이 지나도 자녀와 자신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들의 선택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자녀라 해도 독립적 타인이다. 다만 이들을 비극으로 내모는 데 정부와 지역사회 책임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부담을 경감할 24시간 지원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일상보조 활동지원 시간을 현재의 월 기본 125시간에서 가족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국내총생산(GDP)의 0.6%에 불과한 장애인 복지예산을 확대하는 결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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