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호영의 때늦은 낙마, 윤 대통령 책임 통감하고 쇄신해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10일 지명된 직후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인 지 43일 만이다. 정 후보자는 “여야 협치를 위한 밀알이 되기 바란다”고 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선 부적격자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인사 피로감이 쌓여도 나 몰라라 식으로 버틴 긴 시간이 유감스럽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병원장 재직 시 자녀가 의대에 잇따라 학사편입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딸은 2017년 특정고사실 구술면접에서 정 후보자 지인들로부터 만점을 받고, 아들은 1년 전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서를 다시 내 높은 점수를 받고 합격했다. 그 자신도 ‘여성 혐오’ 칼럼과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사퇴의 변에서까지 “법적·도덕적·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이 표방한 공정과 상식을 허문 대표적인 인사였다. 여당까지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 스스로 물러나고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띠었지만,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정 후보자의 낙마는 윤석열 정부에 무거운 과제를 던졌다. 정 후보자는 장관 지명 전날에야 인사검증동의서를 냈다고 했다. 기초적인 인사검증에서 당연히 걸러졌어야 할 의혹을 놓친 이유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비난에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으며, 하차할 때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정 후보자의 전격 발탁과 뒤늦은 사퇴 처리가 모두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특수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정 후보자의 사퇴를 여권이 인사정국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는 관측까지 일었다. 부실 검증과 불통이 겹친 정 후보자의 낙마에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윤 대통령은 교육·복지 수장 인선을 서둘러 국정 공백을 줄이고, 대통령실까지 문제된 인사·검증 체계도 전면 쇄신해야 한다.
법무부가 24일 한동훈 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장 직제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라 대통령비서실장이 맡아온 공직후보자 정보 수집·관리 업무를 법무장관까지 넓히고, 검사 4명·인력 20명의 지청급 조직을 짜기로 했다. 민정수석을 없애고 인사 검증을 법무부·경찰에 맡기겠다는 윤 대통령 공약에 따른 조치다. 새 직제는 법률이 아닌 부령(시행규칙)으로 개편된다. 새 인사검증 시스템이 계속될 수도 있고, 윤석열 정부에만 적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상전 부처’ 소리가 나오는 법무부가 첫 내각의 인사 참사를 되풀이하느냐 않느냐에 달려 있다. 한 장관의 인사 검증 능력과 공정성도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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