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네 정상, 중·러 겨냥 "단호한 행동" 결의

김소연 2022. 5. 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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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등 "전제주의에 대항"
경제안보 분야 협력 강화키로
중 "진영 대립 부추긴다" 강한 반발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4자 안보협력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우린 역사의 어두운 시간을 함께 항해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인도적 위기를 만들어냈다. (중략) 이는 유럽의 이슈가 아닌 전세계의 이슈다.”

24일 오전 10시25분 일본 도쿄 총리관저. 두번째 열리는 ‘쿼드’ 대면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네 주요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다. ‘민주주의’란 공통된 가치에 기반한 네 나라가 힘을 모아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호소였다.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 대면으로 열린 이번 쿼드 정상회의의 핵심 목표는 미-중과 미-러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온 대국 인도를 어떻게 이 협력 틀에 안착시킬 것인가였다. 24일 회담 뒤 공개된 공동성명을 보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나라는 이 문서에서 “우리는 자유, 법의 지배, 민주적 가치, 주권 및 영토의 일체성, 무력의 행사나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맞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 등의 원칙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팎에서 이런 원칙을 촉진하기 위해 단호히 함께 행동한다”고 선언했다. 쿼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단호한 행동’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는 23일 출범한 중국 견제를 위한 경제 틀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중·러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강도 높게 견제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언급하며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하는 것과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고, 중국을 겨냥해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함해 규범에 기초한 해양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법의 준수를 옹호”하고 “현상을 변경해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여러 위압적·도발적·일방적 행동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없는 이 지역에서 ‘부상하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이는 협의체인 쿼드를 만드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9월 처음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고,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두달 만인 지난해 3월 이를 정상급(화상)으로 격상시켰다. 이날 만남은 지난해 9월(대면)과 올해 3월(화상)에 이은 네번째 만남(대면으로는 두번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쿼드는 전제주의에 대항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해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모임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나아가 △5세대 통신(5G) △반도체 공급망 △사이버 보안 등 중국을 염두에 둔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인·태 지역에 5년 동안 500억달러(약 63조원) 인프라 투자 △불법 어업을 억제하기 위한 활동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한국의 가입과 관련해 미국은 “쿼드는 쿼드로 남을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을 환영”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날 회담에서도 새 회원국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회담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다.

중국은 예상대로 “진영대립을 부추긴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체계와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방향을 지지한다”며 “유관국들은 색안경을 끼고 근거 없는 비난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테두리를 만들어 진영대립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평화와 안정, 협력의 해양질서 구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베이징/김소연 최현준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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