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부족 심화에 中企 '발동동'.."이달 공급 풀리지만 당분간 어려워"
대형 조선사 등 비축물량 충분해 조업 지장 없지만
중소 현장서는 탄산 못 구해 생산 차질
25일부터 탄산 물량 풀려.."6월까진 부족 지속할 것"
[이데일리 함정선 이후섭 박순엽 기자] 부산에 위치한 탄산 충전업체 A사는 최근 거래처로부터 손해 배상을 요구받았다. 거래처는 탄산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납품처와 거래가 끊길 상황이라며 조업 중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A업체 대표는 “자동차 업체나 조선소에 납품하는 협력사들과 거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들이 주로 하는 용접 작업에 탄산이 많이 쓰인다. 탄산이 없어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납기를 못 맞추고 있다는 항의가 많다”며 “지난 4월 말부터 탄산 재고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번 주 들어서는 우리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탄산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께부터 정유·석유 화학업계가 잇따라 플랜트 정비보수에 돌입하며 산업계 곳곳에서 탄산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탄산가스는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철강, 조선, 폐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용접할 때 철판의 용접 부위가 녹이 슬지 않도록 보호막 역할을 하는 기체로 액체 상태로 공급되며, 산업 용접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손꼽힌다.
주로 정유·석유화학제품의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기 때문에 탄산 제조사들은 석유화학업체들로부터 원료탄산을 공급받아 이를 정제하고 액화해 충전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석유화학사들이 가동률을 줄이면 부산물인 원료탄산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은 통상 2~3년마다 한 번씩 전문 용역 업체와 계약을 통해 플랜트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3~6월에 주요 정유·석유화학사들의 유지보수 일정이 몰리면서 탄산 부족현상이 더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탄산원료 생산량은 하루 2740톤(t), 월 8만3000t에 이른다. 현대오일뱅크가 하루 440t으로 가장 많고, 롯데케미칼 420t, LG화학 310t, SK 300t 에쓰오일 300t가량이다. 탄산제조 업계는 정유·석유화학사들이 유지보수를 진행한 이후 탄산 공급량 감소율이 3월 15%, 4월 20%에 이르고 5월 29%, 6월 19%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충전업체 대표는 “중소 탄산 수요처에서는 제때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잔업이나 추가 작업을 하는 바람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오전에는 탄산이 없어 작업을 못하고 오후에 여기저기서 급히 탄산을 구해 작업을 하는데 그나마도 평소 들어오던 탄산량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작업이 끊기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탄산 부족 현상은 이달 말부터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는 전망이다. 일부 정유·석유화학사들의 유지보수 일정이 25일부터 순차적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다만 탄산제조업계에서는 6월까지는 부족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름을 맞아 드라이아이스 수요 등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부산·경남 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 조합에 회원사 33곳이 있는데, 2020년 초 탄산 공급량에 비해 현재는 30~50%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가동하던 것도 조만간 완전히 멈출 수 있다”며 “25일부터 선도화학 등이 탄산 공급을 재개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양까지 회복되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해 최소한 6월 말까지는 공급 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탄산제조 업계에서는 정유·화학사들의 플랜트 정비 일정 등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5~6월에 플랜트 정비를 계획하고 있는 석유화학업체들의 정비일정을 조정하고, 유통 배송업체 등의 드라이아이스 사용을 자제하고 얼음 팩으로 대체하는 등 산업보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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