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권 기획 12편] 탈시설 한다면서..지원부터 줄였다

진태희 기자 2022. 5. 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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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탈시설'. 최근 장애인 인권 운동의 화두죠. 


장애인들이 시설 중심의 집단생활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서 이웃과 어우러져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겁니다. 


정부도 앞으로 20년 동안 탈시설 정책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아직 마땅한 대책이 없는데, 시설에 대한 지원부터 준 겁니다.


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장애아동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장애아동 거주 시설의 복지사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중고 거래 앱을 살펴보기 바쁩니다.


혹시라도, 무료 나눔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섭니다. 


10년 전 불에 탄 싱크대는 아직도 못 바꿨고, 20년 넘게 사용한 차량은 안전벨트가 고장 났지만,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했습니다.


인터뷰: 김영문 원장 / 장애아동 거주시설

"장애인 기관에는 정말 안전에 대한 부분이 아니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게 지금 정부 기조예요. 재원에 한계가 있어서 그런 건지 어쨌든 저희는 올해 받았어요. 근데 같이 지원했던 아동이 있는 기관들은 차량 다 지원 못 받았어요."


25년 전 세워진 장애영유아거주시설.


애초에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설계된 시설을 6세 미만의 영유아들이 사용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인터뷰: 명은선 한사랑장애영아원 팀장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문을 열면 바로 계단이어서 지금 영유아 친구들이 조금 낙상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런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바로바로 바뀌는 게 조금 어렵고 이곳 아이들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만 처치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애 거주 시설 가운데 지어진 지 20년이 넘는 곳은 전체 시설의 약 60%.


EBS 취재진은 전국에 있는 장애 영유아 거주 시설 9곳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이중 8곳이 후원금에 의존해 시설을 수리했습니다.


지원사업이 있지만, 지원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여기에, 최근 3년 동안 2회 이상 작은 지원이라도 받으면 재신청이 불가능하고, 지원 단가는 최근 7년 동안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설 환경 개선을 전적으로 후원금에 의지해야 하는데, 지역별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영유아거주시설 관계자

"(지방에는) 대기업도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후원을 바라는 건 어려운 상태이고요."


시설 관계자들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도록 하는 '탈시설' 정책 이후, 지원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대책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에 대한 지원부터 줄였기 때문입니다. 


장애인거주시설 기능보강 예산은 2019년 183억 원에서, 올해 84억 원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기룡 교수 /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영유아의 경우는 가정 중심의 보호 지원 체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국가가) 많은 투자를 하면 되는데, 그런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이 되니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그런 상황에서 시설 생활에 어려움이 발생되고…"


만 6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탈시설 대책은 더 열악합니다.


정부는 지난해에야 장애아동을 가정에서 일시 보호하는 '전문위탁가정'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애아동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전문위탁가정에서 보호하는 장애아동은 지난해 기준 총 357명으로, 시설에서 사는 장애아동의 13% 수준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기능 보강 예산을 늘리려 했지만, 예산 심사 과정에서 통과되지 않았고, 장애 영유아의 탈시설 대책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문 원장 / 장애아동 거주시설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내일 지역사회로 이사를 나가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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