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감축'만으로는 기후위기 막을 수 없다

2022. 5. 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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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립과학원회보 논문,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저감 필요성 제기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기후위기의 원인은 이산화탄소(Co2)에만 있지 않다. 이산화탄소는 기온 상승을 이끄는 온실가스 중 하나일 뿐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 체결 이후 국제 사회는 총 6종류의 온실가스 배출을 관리했다.이산화탄소 외 메탄(CH4), 아산화질소(N₂O), 과불화화합물(PFC), 수소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등이 포함된다. 각각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다르다. 고전압 전력장치 절연체에 주로 쓰이는 육불화황의 경우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만3900배 강한 온실가스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 비중으로 보았을 때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의 경우 201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91.8%였다. 이산화탄소보다 21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이 3.9%로 두 번째로 많이 배출된 온실가스다.

이에 그간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가 주로 지목됐다. '탄소' 중립이라는 용어처럼 온실가스 저감 대책들은 화석연료 사용 제한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에 집중됐다.

"메탄, 아산화질소 저감에도 집중해야"

그러나 이산화탄소에만 집중된 저감 정책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지 못한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현지 시각 23일 발표된 논문 '시간 내 기후 혼란 완화 : 단기와 장기 기후 온난화를 피하기 위한 자기일관성 있는 접근방법'에 따르면 "온실가스로 유발되는 기후변화 요소 책임의 절반은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로부터 비롯됐다"라는 결론이 제기됐다. 

논문은 아울러 현재 온실가스 저감 대책은 이산화탄소에 집중되어 있고,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에 대한 정책은 과소평가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메탄, 아산화질소 등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면 단시간의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이들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잔류시간이 짧고, 온실효과는 커 이들의 배출량을 줄이면 단기간에 큰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공기 중에 장시간 체류하는 이산화탄소와 싸울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머무는 기간이 평균 200년인 반면, 메탄의 잔류 시간은 9년 정도에 불과하다. 아산화질소 또한 116년으로 잔류 기간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짧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작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탄의 단기적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논문은 따라서 "탈석탄만을 목표로 하는(이산화탄소 저감만을 목표로 하는) 저감 대책은 장기간(2050년 이후)에는 필수적이지만 단기간(50년 이전) 내 지구온난화 완화에는 취약한 결과를 가져온다"라며 "탈석탄 대책에만 집중하면 2050년 이전에 산업혁명 이전 평균 기온보다 2도 이상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탈석탄 대책과 메탄,아산화질소 등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함께 진행한다면 "탈석탄 대책만을 진행했을 때보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10~20년 정도 늦출 수 있으며 2도 상승 제한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절반 넘게 메탄으로부터 유발된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약 50%로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황색 선은 탈석탄 위주의 정책, 초록색 선은 탈석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함께 시행했을 때의 상황을 의미한다. 연구진들은 탈석탄 정책과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함께 가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평균 기온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PNAS

논문의 공동 저자인 뒤우드 잘케(Durwood Zaelke) 지속가능개발연구소(IGSD) 의장은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23일(현지 시각) 인터뷰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은 전 세계가 긴 시간 동안 해야하는 일이고, 메탄을 감축하는 일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문제는 느린 행동(이산화탄소 감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라며 "영화 <탑건>의 주인공처럼 속도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메탄 총배출량은 2019년 기준 약 2751만 톤(t)이다.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했다. 아산화질소 총배출량은 약 1430만t으로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2%다. 국내에서 메탄은 폐기물매립, 벼재배, 장내발효, 탈루 등에서 발생하고 아산화질소는 농경지토양, 가축분뇨처리, 연료연소 등에서 발생했다.

국제 사회는 메탄 배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감 대책에 나서는 추세다. 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이상 감축한다는 서약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 또한 2018년 메탄 배출량 대비 30%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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