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 2차 가해한 뮤뱅, 정말인가

2022. 5.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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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뮤직뱅크' 순위농단 의혹으로 가요계가 뜨거웠는데 주로 임영웅 곡의 KBS 방송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임영웅이 새 앨범 발매 첫 주에 음반 판매량 110만 장 돌파로 솔로 초동 신기록을 세우고, 가온 음원 디지털, 다운로드 차트 등에서 1위를 했는데도 '뮤직뱅크'에서 신인그룹에 밀려 2위에 머무른 사건이다.

그 이유가 방송횟수 점수가 0점이기 때문인데 비판이 잇따르자 '뮤직뱅크' 측에서, 임영웅 새 앨범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KBS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0점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노래가 KBS 라디오에 3번 나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뮤직뱅크' 측에서 재차 해명했다. 라디오는 KBS Cool FM의 7개 프로그램만 집계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말의 진위에 대해 또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임영웅 곡의 KBS 방송 여부가 논란의 초점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대한데도 소외된 논점이 있다. 바로 선호도 0%라는 부분이다. '뮤직뱅크' 측 1차 해명에,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KBS국민패널 1만7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가요 선호도' 조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의 응답률이 0%라는 대목이 있었다. 많은 매체가 임영웅의 방송점수 0점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이 선호도 응답률 0%에 대해선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그래서 역대 솔로 초동 신기록을 세운 국민스타 앨범의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졸지에 국민 선호도 0점 노래가 됐다.

의혹이 제기되는 건, 그런 선호도 조사가 정말 있었느냐는 점이다. 발매 첫 주차 신곡은 애초에 선호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뮤직뱅크' 순위표에서 임영웅의 노래와 1위를 한 신인그룹의 노래가 모두 선호도 점수 0점이었다. 둘 다 신곡이기 때문에 선호도 조사가 안 돼서 그런 점수가 나온 것인데 '뮤직뱅크' 측이 하지도 않은 선호도 조사를 한 것처럼, 거기에서 임영웅 곡만 0%를 받은 것처럼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뮤직뱅크'가 임영웅을 두 번 때린 게 된다. 처음엔 부당하게 1위 자리를 강탈했다는 의혹이고, 두 번째는 그걸 해명하는 과정에서 임영웅 새 앨범 타이틀곡에 부당하게 국민 선호도 0% 노래라는 낙인을 찍었다는 의혹이다. 사실 여부에 따라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임영웅이 공인된 국민스타이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 스타의 신곡이 엄청난 성적을 거뒀는데도 신인그룹의 신곡에게 1위가 갔다. 제작진의 순위농단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임영웅 정도의 국민스타에게까지 이럴 정도면 음악방송이 뮤지션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사태가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한 것 자체가 임영웅이 국민스타이기 때문이다. 그전부터 음악방송 공정성 논란은 있어왔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었다. 방송점수 논란도 진작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 가요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팬덤만 열광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됐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 논란이 터져도 사회적 이슈로까지는 확장되지 못했다.

어느 팀의 노래가 다른 팀의 노래에 부당하게 밀려났다고 해도 일반 국민이 그 팀들과 노래 자체를 모르고, 설사 안다고 해도 누구 노래가 확실하게 더 우세한지 단정 짓기도 애매해서 논란이 커지기 힘들었다.

반면에 임영웅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수준의 국민스타이고, 최근 발매한 1집의 효과로 젊은 세대도 임영웅의 위상을 더욱 많이 인정하게 됐다. 그런 스타의 노래가 신인에게 밀렸다고 하니 일제히 공분이 나타난 것이다. 임영웅 새 앨범이 초동 판매 솔로 신기록을 세웠고 타이틀곡이 가온 음원차트에서 놀라운 성적은 거뒀기 때문에, 신인그룹의 신곡과 비교해 어느 노래가 더 우세한지도 매우 명확해보였다. 이래서 팬덤이 아닌 일반인까지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다.

정말 신인 1위, 임영웅 2위라는 순위가 문제 없을 거라고 믿었다는 말인가? 심지어 임영웅이 1위에서 밀려난 그 장면을 국민에게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불공정이 만성화된 나머지 조심하는 마음 자체가 사라진 것일까? 이러니 평소에 얼마나 뮤지션들을 가볍게 봐왔으면 국민스타에게까지 이렇게 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뮤직뱅크' 또는 KBS의 책임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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