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전쟁의 고통, 똑똑히 봤습니다"..우크라 현장 취재기

김수진 2022. 5. 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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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습니다."

지난 17일 화상으로 만난 김승욱 터키 특파원은 "'우크라이나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특파원과 임 기자는 이달 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4박 5일 동안 한국 언론 최초로 우크라이나 총참모부와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 거점인 르비우주(州)를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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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핵심 지역 르비우 다녀온 연합뉴스 특파원·사진기자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전쟁이 일어나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습니다."

지난 17일 화상으로 만난 김승욱 터키 특파원은 "'우크라이나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특파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현지를 취재하고 귀국한 임화영 사진기자는 귀국 후 격전지 하르키우에서 탈출한 할머니와 손녀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할머니가) 아이를 계속 안정시키면서 무릎을 만지고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 가슴 아팠다"고 했습니다.

김 특파원과 임 기자는 이달 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4박 5일 동안 한국 언론 최초로 우크라이나 총참모부와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 거점인 르비우주(州)를 취재했습니다.

르비우는 러시아 국경과는 거리가 멀지만 서방이 지원한 인도적 구호품과 군수 물자가 들어오는 최대 보급 기지여서 최근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지역입니다.

김 특파원과 임 기자가 도착하기 바로 나흘 전인 3일 러시아는 이 지역 발전시설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고, 두 사람이 르비우를 떠난 지 나흘만인 15일에도 르비우주 야보리우에 있는 군사시설을 폭격했습니다.

다음은 두 기자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우크라이나 현지를 취재한 김승욱 특파원(좌)과 임화영 사진기자 이스탄불과 서울로 각각 복귀한 김 특파원과 임 기자가 지난 1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 특파원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촬영: 이태주, 편집: 서정인]

-- 르비우로 취재를 하러 가겠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는지.

▲ '올 게 왔구나. 진정한 종군기자로서 경험해볼 수 있는 건가'라는 기대를 먼저 했던 것 같고요, 그 이후에는 조금 공포가 찾아왔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임화영)

-- 전시 상황이라 입국할 때 검문 절차나 경비가 더 삼엄했을 것 같다.

▲ 프레스 카드(기자증)만 보여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통과를 할 수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남성은 국경 통과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요. 남성의 경우 징집령이 내려져 있어서 18세부터 40세까지는 원칙적으로 해외에 나갈 수 없어요. 해외에 나가거나 해외에서 들어오려는 우크라이나 국적 남성은 특별 허가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김승욱)

-- 입국할 때도 절차가 까다로운 이유는.

▲ 출국할 때 제대로 절차를 밟고 갔는지 확인해야 하고 러시아 스파이라든가 테러 공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섞여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까다롭게 (검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승욱)

-- 폭격 현장에 다녀와서 쓴 기사를 봤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 도시 곳곳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니까 주민들이 상당히 민감한 표정이었습니다. (김승욱)

▲ 말 그대로 정말 참혹했고요. 처음에 발전소에 갔는데 주변 외벽 등이 무너진 모습 정도까지밖에 못 봤어요. 내부 접근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발전소를 봤는데, 100∼2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파트 단지 등 민가가 엄청 많더라고요. 오폭이 돼 민가에 (미사일이) 떨어졌으면 수많은 민간인이 피해를 입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아찔했던 것 같습니다. (임화영)

-- 취재하면서 공습경보 사이렌을 들었는지.

▲ 도착했을 때부터 이틀 동안 계속 사이렌이 울렸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하루에 두세 번 정도 울렸던 것 같아요. 심지어 자고 있는 새벽에도 사이렌 소리를 들었고요. 공습경보가 울리는 게 일상이더라고요. (임화영)

-- 폭격 현장 취재 중 공습경보가 울렸고, 안내하던 현지인이 '기자증이 미사일을 막아주는 줄 아느냐. 빨리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고 기사에 썼는데.

▲ 저를 안내했던 현지 가이드는 집이 (폭격을 당한) 발전소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미사일이 날아온 것을 봤대요. 사이렌이 울리고 15분 만에 미사일이 날아왔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그 발전소 안으로 (취재하러) 들어갔을 때 사이렌이 웽하고 울렸는데 가이드가 '2∼3분만 취재하고 빨리 나가자'고 계속 재촉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공포스러운 경험이 있으니까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김승욱)

-- 현지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 주민들은 두려움과 공포심은 갖고 있지만 일상생활은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화영)

두려움과 안쓰러움의 감정 (르비우[우크라이나]=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르비우 피란민 센터인 '원더 스페이스'에서 생활 중인 인나 씨와 손녀 마리아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르키우 외곽에 있는 인나 씨의 집은 전선에서 불과 12㎞ 떨어져 있다. 그가 집을 비운 사이 전쟁이 터졌고 그 길로 방공호로 향해야 했다. 인나 씨와 마리아는 러시아 군을 피해 방공호에서 무려 51일을 생활했다고 한다. 러시아 군의 폭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포의 나날이었다. 인나 씨는 "이곳 주변에 목공소가 있는데 톱질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리아가 공포에 질린다"며 "마리아는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022.5.10 hwayoung7@yna.co.kr

-- 현지 주민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말은.

▲ 히르키우에서 손녀와 함께 르비우로 탈출한 할머니를 만났는데 손녀가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가) 인터뷰 내내 손녀를 안정시키면서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총에 맞은 주민도 만났는데 물자를 공급하는 자원봉사를 했다고 해요. 피격된 날에도 물자를 싣고 이동하던 중 다섯 발의 총알이 몸에 박혀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고 했어요. 폐나 간에 총알을 맞아서 몇십 바늘 꿰맨 몸 사진을 찍은 게 있는데 그 두 인터뷰가 많이 기억나는 것 같아요. (임화영)

▲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를 인터뷰했는데 '일종의 롤 모델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6·25 전쟁에서 국토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경제 발전도 이뤄냈다. 우크라이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전쟁에서 이기고 러시아보다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게 완전히 승리하는 거다'고 말하더라고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전쟁을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이룩한 본받아야 할 나라'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김승욱)

-- 인터뷰한 주지사에게 선물을 받았다고 하던데.

▲ 인터뷰 끝나고 가려는데 부르더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얼굴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줬습니다. 지금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이 90% 정도 돼요. 전력은 열세지만 사람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 러시아에 저항하고 있어서 선전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승욱)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가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선물한 티셔츠 티셔츠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얼굴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져 있다 [김승욱 특파원 제공]

-- 우크라 현장 취재를 통해 느낀 소회는.

▲ 첫 번째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전쟁이 일어나면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는 것을 정말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고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일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우크라이나가 예전부터 강대국의 침략을 계속 받았는데 우리나라도 강대국 사이에 껴있는 그런 처지가 굉장히 비슷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절대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우크라이나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승욱)

▲ 초반에는 관심 있게 뉴스 체크도 하고 상황을 알려고 노력을 했는데 장기화가 되다 보니까 저도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피해자들과 피란민들을 만나보니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모습을 보고 책임감이 생기기도 했었고요. '이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서 잘 전달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들었습니다. (임화영)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만난 피난민 어린이를 촬영하는 임화영 기자 [김승욱 특파원 제공]

구성 : 김수진 | 연출 : 전석우 | 촬영 : 이태주 | 편집 : 서정인

영상 : 연합뉴스TV·로이터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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