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동박 올인 일진머티리얼즈..SK·LG·포스코도 '입질'

임세원 기자 2022. 5.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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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이 미래 성장의 주축으로 투자해온 알짜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가 전격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관련 업계 대기업들이 매각 배경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인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LG그룹과 포스코 등도 경쟁사에 대한 견제나 관련 사업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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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값 3조' 일진머티리얼즈 매물로
삼성·LG엔솔 등 고객사로 확보
해외생산시설 마련에 1조원 투자
지속적 투자 부담에 매각 관측도
[서울경제]

일진그룹이 미래 성장의 주축으로 투자해온 알짜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가 전격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관련 업계 대기업들이 매각 배경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인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35년간 한 우물을 파며 발전시켜온 동박은 전기차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이에 따라 일진머티리얼즈는 글로벌 전기차 확대 국면에서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다. 롯데·SK·포스코·LG 등 전기차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아온 주요 대기업들이 벌써 인수 의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최대주주인 허재명 대표이사 지분 53.30%를 매각하기로 하고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가는 3조 원 안팎이 거론된다. 매각 측이 ‘티저레터(간단한 투자설명서)’를 보낸 곳은 소수의 국내외 대기업과 글로벌 사모펀드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3조 원 이상으로 크고, 빠른 거래를 원하는 만큼 제한된 후보에만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얇은 동박인 ‘일렉포일’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전지에 주로 사용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차세대 2차전지용 동박을 개발했는데 고온·고압에 견디면서 기존과 같은 무게와 부피로도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크게 높였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2차전지용 동박 부문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에서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삼성SDI(006400)·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해외 기업 중에는 중국의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배터리 기업 CATL, 일본 무라타, 폭스바겐 관계사인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 등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겸비한 유망 기업으로 평가되면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 등의 투자도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펀드에 총 1조 원을 투입했다. 확보된 투자금은 말레이시아와 스페인·미국 등에 전기차용 동박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보 기업 중에는 롯데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롯데정밀화학(004000)을 통해 동박 제조 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336370)에 투자한 데 이어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SK그룹은 SKC 산하 SK넥실리스의 시장 장악력을 단숨에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LG그룹과 포스코 등도 경쟁사에 대한 견제나 관련 사업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진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온 계열사를 전격 매각하기로 한 배경을 놓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처음 일진그룹을 대기업집단에 지정해 공시 의무가 강화되고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는 것을 비껴가려 자산 규모가 큰 일진머티리얼즈를 매각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서 지속적 투자 부담이 허 대표 등을 압박해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매각을 단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최근의 금리 인상 국면에서 인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에 매각 과정에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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