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도 울고갈 KIA 이창진 "홈런 비결? 바람부는 대로 쳤어요"
"바람이 부는 대로 쳤습니다." 적벽에서 동남풍을 불렀다는 제갈량도 부럽지 않다.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KIA 이창진(31)이 밝힌 비결은 '바람'이었다.
이창진은 지난 22일 NC 다이노스와의 광주 홈 경기에서 짜릿한 경험을 했다. 2014년 프로 데뷔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것이다. 올 시즌 2군에서 개막을 맞았지만 지난달 22일 1군에 올라왔고, 지난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첫 홈런을 친 뒤 사흘 만에 시즌 2·3호 대포를 터트렸다. 그는 홈런의 비결에 대해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창진은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영업비밀처럼 거창하게 알려졌는데 아니다. 딱히 그런 건 없고, 타격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고 했다. 시즌 타격 기록은 타율 0.379(29타수 11안타), 3홈런 7타점.
홈런을 친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2회엔 송명기의 초구를 때려 우중간 담장을 넘겼고, 3회엔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월 스리런포를 날렸다. 이창진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바람 부는 대로 스윙을 한 것"이라고 웃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레그킥을 줄이고, 간결하게 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창진은 "예전엔 다리를 들다가 지금은 찍어놓고 친다. 하체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변화를 줬다. 타자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타이밍 맞히기가 예전보다 쉬워졌다. 이범호 코치님과 의논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창진은 "몸도 커졌다. 잔부상이 많다 보니까 웨이트트레이닝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창진은 사연 많은 선수다. 2014년 롯데에 입단했으나 이듬해 5:4 트레이드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2018년 KIA로 다시 트레이드됐고, 이게 이창진에게 기회가 됐다. 주로 내야수로 뛰던 그는 2019시즌 중견수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133경기에 나가 타율 0.270, 6홈런을 기록해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허리 통증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2021년에도 105경기에 나섰지만 백업 외야수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외야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영입되고, 거포 기대주 김석환에게 기회가 가면서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석환은 "2군에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창진은 데뷔 이후 교타자 이미지가 강했다. 2019년엔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이 0.113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엔 샘플이 적긴 하지만 안타의 절반이 장타(2루타 3개, 홈런 3개)다. 이창진은 "전혀 크게 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맞히려고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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