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롯데·한화, 600조원 투자 보따리 풀었다

송기영 기자 2022. 5. 24. 1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현대차(005380), 롯데그룹, 한화(000880)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보름 만인 24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발표한 투자 금액은 약 600조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올해 예산(607조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SK(034730), LG(003550) 등도 조만간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대기업의 투자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관계사들이 함께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것으로,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린 것이다. 삼성은 특히 450조원 가운데 80%인 360조원은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국내 투자액 250조원보다 110조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도체의 경우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시밀러(복제약)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005930)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사흘만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한미 ‘반도체 동맹’과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등도 전동화와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인 전기차 사업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모비스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7조원 가운데 41%가 신사업과 건설, 렌탈, 인프라 분야에 투입된다. 바이오 사업이 포함된 헬스 앤 웰니스 부문에서는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공장을 신설하는데 1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올해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한다. 시설 투자를 통해 연간 충전기 생산량을 1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롯데렌탈(089860)은 8조원 규모의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한다. 화학 부문에서는 롯데케미칼(011170)이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 소재 사업에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한화그룹은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다. 특히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국내 산업에 이번 투자 계획의 절반 이상인 2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조원은 지난 5년간 한화그룹이 국내외에 투자한 22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화는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간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기 목적기반차(PBV)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을 추진한다. 또 핵심 부품과 선행기술, 고성능 전동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시설 구축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 3사는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4개사가 이날 발표한 투자액은 총 587조6000억원이다. SK(034730)그룹과 LG(003550)그룹도 조만간 투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들 4개 기업은 같은 날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전 조율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신(新)기업가정신’ 선포 행사가 열리면서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기업가 정신 선포식에는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과거의 역할을 넘어 고객은 물론 조직 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선언·실천한다”고 했다.

대기업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주말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신기업가정신 선포에 맞춰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고 ‘국내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현 정부와 국민들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대한 화답 차원에서 국내 고용과 투자를 확대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우리 기업이 얻은 것은 무엇이냐’는 일부 비판 여론이 있었다”며 “신기업가 정신 선포식에 맞춰 대규모 국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해 현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