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빚더미인데..낡은 세법에 교육청은 81조 돈벼락

이종혁,이희조 2022. 5.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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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폭발기 1970년대 만든
교육교부금 제도 부작용
내국세 20% 기계적 배정
학생 급감하자 '맞지않는 옷'
돈 넘쳐나는 시도 교육청
채무 5년새 3분의1로 줄이고
공짜 태블릿에 현금도 살포
추 부총리, 비율 조정할지 주목

◆ 현실 못따라가는 세제 (上) ◆

윤석열정부가 대학을 인재 육성 허브로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대학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은 약 44만명으로 2017년 대학 정원(전국 4년제+2년제 대학 수 합계)인 약 57만명 대비 13만명이 적었다. 2019년까지 대학 정원과 엇비슷한 수를 유지하던 고3 학생 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수만 명씩 급감하는 추세다. 학생부종합전형 설계자이기도 한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대학 파산 도미노가 시작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재정교육교부금 제도를 대수술해 대학 재정에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 기준 올해 교육부 예산은 100조5000억원으로 연초 본예산보다 10조9000억원 증액됐다. 교육교부금이 이 중 81조3000억원인데, 역시 당초 본예산(65조1000억원) 대비 16조2000억원 증액된 탓이다.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 53조3000억원을 2차 추경안에 반영한 데 따른 자동 증액이다.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의 약 40%를 지방재정교부금과 교육교부금에 배부하도록 규정한다.

교육교부금 제도는 1971년 학령인구(만 6~17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 제정됐다. 인구의 급증으로 전국에 교육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제정 당시 11.8%)을 무조건 떼어서 예산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배부돼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 재원으로만 활용된다.

문제는 2010년대 이후 저출산 고령화 충격으로 학령인구의 감소세가 심화했는데 교육교부금은 이와 상관없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5년 전국 초·중·고교 재학생은 616만5000명이었다. 하지만 2022년 현재는 532만명이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39조4000억원에서 81조3000억원으로 무려 42조원 가까이 늘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교육교부금이 급증하면서 예산 활용 방안에 골치가 아프다. 지난해 인천·경북도 교육청은 관내 학부모들에게 코로나19 교육회복지원사업비 명목으로 현금을 10만원, 30만원씩 뿌렸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무상으로 태블릿PC를 나눠준다며 예산 600억원을 편성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오는 8~9월께 각자 추경을 통해 불어난 예산을 소진할 계획을 짜야 한다.

이처럼 교육 현장은 흥청망청 예산을 낭비하는데 국가 채무는 급증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해 1차 추경 기준 국가 채무는 1075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번에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채 상환에 9조원을 투입해 채무 비율을 49%로 낮추겠다는 방침이지만 국가 채무는 증가 일로에 있다.

반면 각 시도 교육청의 부채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 알리미에 따르면 교육자치단체 통합 부채는 2016년 1조1757억원에서 2020년 3889억원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인천시교육청은 아예 올해 지방채 353억원을 전액 상환하고 채무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방교육재정 대수술을 예고해 50년 묵은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현재 정부가 고민 중인 방안은 우선 교육교부금 법정 교부율을 20.79%에서 낮추는 안과 기존 법정 교부율 대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수에 연동한 새 교육교부금 산정 모델 등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새 교육교부금 산정 공식을 제안하며 이를 적용하면 2060년까지 1046조원의 과잉 교육교부금을 아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밖에 정부는 교부금과 함께 지방교육재정을 구성하는 지방교육세를 고등교육재정 지원에 활용하거나, 교육교부금의 일부인 국세분 교육세의 고등교육재정 전환도 검토 중이다. 교육계는 지난해 국세분 교육세수를 약 5조3000억원으로 추산한다. 김학수 KDI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국세 연동 방식을 깨는 것"이라며 "소득과 물가가 증가하는 범위 내에서 교육교부금 총량을 확대하되, 학령인구 추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자치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감과 시도지사를 '러닝메이트제'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모두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재정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주장이다. 러닝메이트제가 실현돼 지방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의 칸막이를 없애면 두 재정의 통합 운용까지도 가능해진다.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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