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수당 공짜버스 '퍼주고', 재산세 100% 감면 '지르고'..선심성 공약 난무

박윤균 2022. 5.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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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7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경로당 운영진에 月40만원"
현금 지원성 약속은 기본
중앙수준 복지정책까지 남발
대선직후 선거탓 공약 급조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 반복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선을"

◆ 6·1 지방선거 ◆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현금 지원성 정책 약속은 물론이고 지방 수준을 넘어선 중앙 차원의 복지 정책도 앞다퉈 내놓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제도적 개선을 통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시도지사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규모를 50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민선 7기에서의 예산 규모가 470조원이고, 이번에 추가적인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추계된 수치다. 문제는 소요되는 재정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각 단체장들에게 본부 차원에서 '공약가계부'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 설계 없는 정책은 허구이기 때문에 선거 때 표만 얻고 선거 이후에는 유권자 마음에 상처를 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앞다퉈 선심성 지원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대전형 가사수당 지급 정책'과 '대전 어르신 공약'을 발표했다. 대전형 가사수당은 전업주부 등 대전에 거주하는 만 20~60세 미만의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이들에게 월 10만원씩 연 1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고령층을 위해선 경로당 운영비를 현행 65만원에서 95만원으로 증액하고,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에게 활동비로 월 3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은 시의 세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만 설명했다. 경쟁자인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도 유사한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경로당 운영비를 65만원에서 110만원(연 540만원)으로 증액하고, 경로당 회장·총무의 활동비로 월 4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허 후보 공약과 비교해 운영비는 월 20만원, 활동비는 월 10만원의 차이만 있는 사실상 같은 공약이다.

세종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는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으로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이춘희 민주당 후보는 '단계적 무료화'를,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는 '전면 무료화'를 제시했다. 현재도 각 지자체가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에 보조금을 지출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부담이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시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의 재산세 100% 감면' 공약이 화두다. 이상일 국민의힘 용인시장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용인시도 반드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김은혜 후보를 거들었다. 이에 경쟁자인 백군기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는 해당 공약에 대해 "지방재정과 분권의 기본도 망각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도 "재산세를 일률적으로 감면하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서 "(김은혜 후보는) 보유세와 관련된 내용을 깊이 있게 아는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동연 후보도 전임자인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기본소득 시리즈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는 민주당에 합류하기 전엔 기본소득에 대해 재정 철학이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가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 직후 치러지기 때문에 더욱 공약의 완성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중앙정치 바람이 워낙 크게 작용하는 선거이기에 각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유권자마저 정책공약을 상대적으로 덜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각 정당의 공천 과정도 늦어져 정책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사실 포퓰리즘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문제"라며 "선거제도가 단순 다수결이고 승자독식제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이기는 것이 목적이 됐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거짓말하는 경쟁을 멈추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유권자들이 투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방 인재를 육성하는 등 각 정당이 지방정치와 관련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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