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택시 잡기 전쟁..지하철 심야 운행도 난항
"막차 놓치면 택시 잡는데 기본 1~2시간"
지하철 '새벽 1시' 연장 운행 발표됐지만
"안전 인력 충원" 노조 측 반대에 난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통령, 서울시장도 (택시) 잡기 어려울 겁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심야 택시 대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만큼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밤마다 택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김씨는 동작구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휴대전화로 택시 앱 호출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역 부근에 있는 택시들은 텅텅 비었지만 ‘예약’ 표시등을 켠 채 지나쳤다. 김씨는 “술집 영업시간은 늘어났지만, 귀가할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며 “지하철이나 버스 막차 시간에 맞춰 서둘러 귀가하게 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택시업계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하루 평균 26억원 이상 감소했으며, 법인택시 기사는 3만명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는 2019년 말 10만2320명 규모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7만4331명으로 27.4% 줄었다. 영업제한 시간이 해제된 후 택시 승객은 기존보다 곱절로 늘었으나 현장에서 뛸 택시기사가 3분의 1가량 줄어 심야 택시 대란은 불가피한 형국이다.
밤마다 택시를 잡지 못해 시민의 귀가 시간은 더 늦어지고 있다. 회사원 이모(29)씨는 “대중교통이 끊겨 밤마다 집에 가는 택시를 잡는데 기본 1~2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택시 대란을 경험한 시민은 공유 자전거나 공유 킥보드 등을 음주 상태로 주행해 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회사원 강모(35)씨는 “자전거도 음주상태로 타면 안 되는 걸 알았지만, 늦은 밤 택시 잡기가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릉이를 타고 귀가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밤마다 택시 잡기 전쟁에 시민 불편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지난 5일 지하철 심야 운행을 2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정악화를 이유로 2020년 4월 기존 자정에서 오전 1시까지 연장하는 지하철 심야 운행을 중단했다.
서울시 발표에도 심야 택시 대란 해소는 지하철 기관사 등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24일 서울시청 동편 인도와 도로 2개 차로 앞에서 노조 간부와 조합원 700여명이 참석해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연장 운행을 재개하려면 승무원 등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야간 정비 시간 축소에 따른 안전 대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심야 연장 운행 계획을 폐기하고 안전 인력을 충원하라고 밝혔다. 이날 투쟁발언에 나선 노조 측 간부는 “서울 지하철은 하루 732만명을 수송하는데 심야연장 1시간 수송인원은 2만명에 불과하다”며 “연간 적자가 1조원에 달하는데 연간 480억원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의 불만이 거세지자 내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정을 책임질 서울시장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택시와 관련한 민생 밀착 공약을 내세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형 택시 도입, 서울형 뉴딜일자리로 택시기사 충원, 플랫폼 택시 목적지 표시 제한 등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심야전용 택시 도입, 지하철 새벽 1시 연장, 올빼미 버스 확대 등을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사납금 제도 폐지, 플랫폼 택시 독점 방지 등을 약속했다.
서울연구원이 512명을 대상으로 한 택시운송종사자 인식조사에서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5점 척도 기준 2.59점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처우개선으로 떠나버린 택시기사를 되돌아오게 할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혁렬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택시기사 월평균 운송수입금은 평균 169.4만원으로 여전히 저임금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택시 운수종사자의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사항으로는 ‘사납금 인하 등 영업개선’이 37.9%로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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