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 유족과 계엄군, 42년 만의 만남.."이제라도 찾아와줘 고맙다"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진압작전에 투입된 계엄군이 42년 만에 희생자 유족 등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는 지난 19일 광주 동구에 있는 전일빌딩에서 제3공수여단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이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 가족 10명을 만나 사죄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전일빌딩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은 유족에게 머리를 숙였다. 김 중사가 “저희가 너무 좀 심했다. 미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고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아들 본 것처럼 안아줄게. 잘 오셨다”며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이어 “지금이라도 나와줘서 고맙다. 만나게 돼 고맙다. 힘들었을텐테 나와줘서 고맙다.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임씨는 “아들 묘지 앞에 가면 나도 모르는 꽃이 놓여 있다. 혹시 우리 경철이를 때린 사람들이 마음을 돌려 여기 와서 용서를 빌면서 꽃을 두고 갔는지 생각해봤다”고 했다.
진압작전 당시 부상을 입은 시민의 가족 A씨는 “그들(계엄군)도 우리와 같은 피해자”라고 했다.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은 계엄군이 진압 과정에서 흉기로 시위대를 찌른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유족과 피해자 가족들은 “양심선언과 증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느냐”며 “계엄군들이 갖고 있는 무거운 기억과 트라우마를 이해한다”고 했다.
계엄군과의 만남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제11공수여단 최모 일병은 또다른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 가족 10명을 만나 차례로 포옹했다. 최 일병은 “오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용서해주신 그 마음을 다른 계엄군들에게도 알려서 더 많은 제보와 증언이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측의 만남은 사죄하고 싶다는 일부 계엄군의 요청을 유족과 피해자 가족이 수락해 성사됐다. 허연식 진상규명위 조사2과장은 “어머님들이 계엄군들의 사죄와 고백을 받아주시고 용서해주시면 더 많은 계엄군들이 마음을 열고 증언과 제보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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