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업체 견적금액대로 계약·허위 문서로 몰아주기"..대법원 감사결과
법원행정처와 11개 각 급 법원이 사무용 가구를 구매하면서 거래업체가 제시한 견적금액대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3년 간 예산 2억5000여만원을 낭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법 등 3개 법원은 새 청사가 완공되지 않아 물품을 납품받아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납품이 완료된 것처럼 허위로 문서를 꾸며 거래업체에 대금을 미리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감사는 대법원과 각 급 법원, 소속 기관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3~5월 실시됐다.
감사 결과를 보면 법령을 무시한 사법부의 예산 편성·집행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법원행정처와 서울중앙지법 등 12개 기관은 A·B·C 등 3개 업체가 여성기업 등이라는 이유로 사무용 가구 등을 업체가 낸 견적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체결해 왔다. 이 업체들은 1981년부터 법원에 가구 등을 납품해왔던 D씨(2004년 사망)의 배우자·처제·딸이 각각 대표다.
이들 기관은 2018~2020년 이들 3개 업체에 물품 구매 대가로 7억5000여만원(184건)을 지급했는데, 이는 거래실례가격(실거래가)보다 2억5000여만원(34%) 비싼 것이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 등은 사무용 가구를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면서 거래실례가격을 검토하지 않은 채 업체가 제시한 견적금액만으로 계약금액을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들은 관련 법령상 1000만원 이상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을 수의계약하기 위해서는 직접생산 여부를 확인하게 돼 있는데도 생산설비가 없는 가구판매상인 A·B·C 업체와 같은 기간 31억여원(128건)어치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유리문 설치공사를 물품 구매인 것처럼 품의서를 꾸며 전문공사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A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특혜를 주기도 했다.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납품업체에 구매대금을 미리 지급한 법원들도 적발됐다. 서울서부지법은 2017년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E 업체와 총 3억5000여만원 상당의 모빌랙(효율적 공간 활용을 위한 이동식 서가) 구매계약을 맺었다. 서부지법은 같은해 12월 모빌랙 납품이 완료됐다는 이유로 업체에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2018년 10월 준공 예정이던 새 등기소 신축이 끝나지 않아 납품기일(2017년 12월~2018년 1월)까지 모빌랙 설치는 애초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서부지법 재무행정관이던 F씨가 모빌랙이 모두 납품된 것처럼 검사조서를 가짜로 꾸며 미리 대금을 지급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업체가 계약을 불이행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보증보험증권을 받는 등 적절한 조치도 하지 않고 허위 검사조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구매대금 전액을 선지급해 회계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유형의 문제가 부산지법과 수원지법에서도 발생했다. 특히 부산지법은 업체가 계약한 모빌랙이 아닌 중량랙(이동이 불가능한 고정식 서가)을 설치했는데도 업체에 재납품을 요구하거나 차액을 정산받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원지법에서는 시간외근무를 직접 혹은 동료를 통해 허위로 입력해 부당하게 수당 239만원을 챙긴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위법·부당사항 32건을 확인해 징계(4건)·주의(20건) 요구 및 고발(1건) 등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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