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대통령에 질문 한개만" 안내에 뿔난 건 외신 기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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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대변인 질문 제한 공지에…"한국 기자들은 바이든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트윗 의미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자국 대통령에게, 질문은 한 개만'. 지난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공지한 내용이다. 양국 정상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 한국-미국-한국-미국 순서로 양국 기자 두 명씩 총 네 명이 질문했다. 기자들이 손을 들면 각국 정상이 질문자를 지목했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 시작부터 '한국 기자는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는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 해 달라'는 점을 강조했다. “질문은 하나만 해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대통령실 출입기자 두 명은 이대로 각각 윤 대통령에게 한 개의 질문을 했다. 반면, 바이든이 지목한 미국 기자 두 명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에게 각각 한 가지씩 질문했다.
바이든에게 한일관계에 대해 질문한 후 “윤 대통령한테도 질문이 있다”고 말한 김승민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을 하나만 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기자회견장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다”(I'm protecting him)면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 답변이 끝나자 곧바로 기자회견 종료가 공지됐고, '질문을 하나만 더 하게 해주면 안 되느냐'는 기자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추가 질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은 바이든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미셸 예 히 리(Michelle Ye Hee Lee)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어제 바이든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회자가 기자 한 명당 자국 대통령에게 한 개의 질문만 하도록 제한해서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있었다”며 “이건 양자 기자회견에서의 미국의 전통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추가 질문을 했던 김승민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두 명의 미국 기자들은 바이든과 윤 대통령 모두에게 (일반적인 관례대로) 질문했지만, 한국 기자들은 바이든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고 트윗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간사인 스티븐 포트노이(Steven Portnoy) CBS 뉴스 라디오(CBS News Radio) 기자는 '만약 기자들에게 질문을 제한하는 행위가 있다면 어떠한 입장인지' 묻는 미디어오늘 서면 질의에 “백악관 기자단에 있는 기자들은 백악관의 그러한 지시가 있다해도 결코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독립 언론인으로서의 우리의 특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기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 있었다는 소식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기자들이 바이든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백악관 기자단에는 일본, 한국, 아랍, 독일,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다른 나라에서 온 기자들이 속해있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은 자국 대통령이 해외에 갈 때마다 내외신에 동행 취재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동행 기자단은 미국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풀 기자단과 미국에 주재하는 외신 특파원이 주가 되는 일반 기자단으로 나뉜다.
이번 정상회담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했던 한 외신 매체 특파원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해당 트윗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기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는 뜻”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 기자들이 바이든과 윤 대통령에게 모두 질문한 것처럼, 외국 기자들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에서도 자유롭게 질문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기자 사회는 자사 사람이 아니어도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다.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 안에서 질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왔을 때 '이건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가 정서적, 문화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한국 기자들은 대변인의 '지시'를 따랐고, 대변인은 1990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기자 '선배' 출신이다.
한국 주재 중인 아시아계 특파원도 “한국 기자들은 한국 대통령에게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현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할 게 많았을 것이고 미국 기자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경우에는 제한없이 두 나라의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자국 언론(아시아 매체)의 경우에는 내외신 제한없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에 출입 중인 한국 주재 북미계 외신 기자는 한미 정상회담의 질문 제한에 대해 “한국에서 오래 일을 하다보니 이런 제한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식으로 질문 개수 제한을 주는게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질문을 미리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질문은 한 개만”이 보여준 한국 언론의 단면은, 한국 언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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