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다산이 주역에서 깨친 삶의 지혜

곽노필 2022. 5. 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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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기만 하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틀리기 시작한다면 누구든 깊은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산은 주역을 탐독하며, 이를 자신의 삶에 비춰 반추했다.

전통적인 운명학을 현대적인 의미의 상담학 대열로 끌어들이는 데 노력해온 김동완 동국대 겸임교수가 다산의 <주역사전> 에서 뽑아낸 삶의 지혜를 담아 <오십의 주역공부> (다산초당)란 책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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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주역공부
다산처럼 인생의 고비에서 역경을 뛰어넘는 힘
김동완 지음|다산북스|1만8000원

잘 나가기만 하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틀리기 시작한다면 누구든 깊은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를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훗날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는다. 삶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이후의 삶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도 그런 식으로 고난을 이겨낸 사람 중 하나였다.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나 정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자신의 후견인 정조가 죽으면서 18년이라는 기나긴 유배생활에 들어갔다. 다산은 그러나 이 시기를 분노와 한탄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40대 초반에 시작해 50대 후반에 끝난 유배 기간 중 그가 초반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것이 주역이다. 그 결과물로 내놓은 것 가운데 하나가 주역사전(1808년, 24권 12책)이다. ‘주역사전’(周易四箋)이란 주역에 대한 네 가지 해석 방법을 담았다는 뜻이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주로 경세사상가로서의 면모만 접해온 우리에게 다년간 주역 연구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주역이 유학의 기본뼈대인 ‘사서삼경’의 당당한 일원임을 생각하면 곧바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산은 고난을 헤쳐나가는 정신적 힘을 여기에서 찾았던 것일까?

다산은 주역을 “공정한 선의에서 어떤 일을 하려는데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없을 때 하늘에 뜻에 맞는지 헤아려 보기 위해 지은 책”이라고 말한다. 그 핵심은 세상만사 뒤에 있는 변화의 원리를 깨치는 것이다. 다산은 주역을 탐독하며, 이를 자신의 삶에 비춰 반추했다.

다산 정약용(1762~1836) 초상화.

전통적인 운명학을 현대적인 의미의 상담학 대열로 끌어들이는 데 노력해온 김동완 동국대 겸임교수가 다산의 <주역사전>에서 뽑아낸 삶의 지혜를 담아 <오십의 주역공부>(다산초당)란 책으로 펴냈다.

주역의 64괘 중 30여괘를 골라, 삶의 고빗길에 섰을 때 생각해 볼 만한 주역의 가르침을 상담의 언어로 설명한다. 선문답 또는 암호문과도 같은 주역의 괘에 담긴 뜻을 다산의 삶과 자신의 상담 사례를 곁들여 전해준다.

책의 제목에 ‘오십’을 붙인 이유는 뭘까? 공자는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라 했다. 나이 오십줄이 되면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아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명 100세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오늘날의 오십대는 지천명의 깨달음보다는 인생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고독과 불안을 호소한다. 기나긴 중년의 시기를 유배생활로 보낸 다산의 심정도 그러했을 것이다.

저자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앞둔 중년들에게 다산의 성찰을 빌어 “삶이 너무 무거우면 잠시 멈추고 돌아보라” “버리고 나눌수록 홀가분해진다” “위를 덜어내고 아래에 보태라”고 말한다. 인생이 안 풀린다고 느낄 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고 싶을 때,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나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떤 화두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할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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