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53일 만에 단식 푼 임종린 지회장 "코로나 확진돼도 혼만 났다..투쟁 멈출 수 없어"

최정근 2022. 5. 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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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53일 단식 투쟁..건강 악화로 지난주 중단
-파리바게뜨 제빵, 카페 근로 휴식권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노조 설립 후 주 1회 휴일 보장받았지만 인력난 여전
-2017년 자체 조사, 임신 직원 유산율 일반 직장인 2배..연속 20일 근무하거나 코로나 확진 쉬지 못하기도
-사 측, 자회사 소속 계약 체결하며 휴일 30% 증가, 노조 요구대로 휴일 보장하면 가맹점주 부담
-2018년 '노사 상생협약' 체결 이행 여부 노사 해석차
-노조 "사 측이 노조 활동 방해" 주장..릴레이 단식·불매 운동 검토

■ 방송시간 : 5월 24일(화)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해설위원


https://youtu.be/SErvNIQpic8

◎범기영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코너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사실 준비했었는데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소식 전해드리려고 오늘로 미뤘습니다. 이경호 KBS 뉴스 전문위원이 50일 넘게 단식했던 파리바게뜨 노조위원장 만나고 왔군요. 어서 오세요.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아주 익숙한 브랜드인데 좀 어떤 상황입니까?

▼이경호 SPC라고 누구나 한 번 들어보셨을 텐데요. 제빵업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아주 중견기업입니다. 파리바게뜨 이외에도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누구나 한 번쯤 이용해봤을 만한 매장을 운영하는 곳인데요. 모두 SPC 브랜드입니다. 이런 브랜드가 한 29개 정도 되고요.

◎범기영 29개.

▼이경호 관련 회사도 한 20개가 넘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빵 굽고 커피 만드는 노동자들, 근로 환경 문제인 거죠?

▼이경호 파리바게뜨 매장에 가시면 점주 이외에 제빵 기사와 카페 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 SPC 그룹의 자회사 격인 PB파트너즈라는 회사의 소속인데요. 전국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이 3,400여 개가 되고요. 여기에서 일하는 제빵 기사, 카페 기사가 한 5,0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범기영 많네요. 이게 50일 넘게 단식을 할 정도인데 갈등의 쟁점, 어떤 겁니까?

▼이경호 크게 보면 근로 조건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노조 활동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조합 대표가 지난 3월 28일부터 53일간 본사 앞에서 천막 치고 단식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단식은 다행히도 이제 지난주 금요일쯤에 끝났는데요. 지금은 조합 동료들이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조 대표가 53일간의 단식을 끝내기 하루 전이죠? 52일째 되는 날 제가 한번 단식 중인 노조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파리바게뜨 본사 앞인데요. 제가 찾아간 날은 노동 환경 개선과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면서 52일째 단식 중인 때였습니다. 노조 대표 맡고 있는 임종린 씨 만나서 단식에 돌입하게 된 이유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휴식권 보장이 너무 안 돼요. 저희가 2017년도 노조 설립할 때에도 휴식권 이야기를 하면서 노조 설립이 있었거든요. 주에 한 번씩은 쉬어야 된다는 것을 몰라서 막 10일 이상씩 연근도 하고 14일, 심하게는 20일 연근도 하고 했었는데 그래도 노조 설립하면서... 이제 주 1회는 보장받게 됐는데 아직도 인력 부족이 해결이 안 되니까, 연차 보건 휴가는 당연히 이제 쓰기가 너무 힘들고...

노동법과 단체 협약에 따라서 연차 휴가, 보건, 보상 휴가도 당연히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계약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인데요. 그 이유는 회사가 대체 인력을 적게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몸이 아프거나 또는 갑작스럽게 일이 발생해서 불가피하게 휴가를 사용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가족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도 대체 기사가, 대체 인력이 올 때까지 이제 매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고, 예를 들어 새벽에 돌아가셨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일단 출근하라고 하거든요.

◎범기영 그러니까 단순화시키면 쉴 수 있게 해 달라, 이런 주장인 건데.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노조위원장도 보니까 젊은 여성이에요. 건강 문제 생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상황에.

▼이경호 노조가 지난 2017년에 한 번 직원 중에서 자체 유산, 임신, 유산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조사를 해봤는데요. 일반 직장보다 2배 넘게 나타났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체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쉬고 싶을 때 제대로 못 쉬다 보니까 과로하게 되고요. 과로가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것이 노조의 주장입니다.

◎범기영 다시 한번 위원장 발언 들어보시죠.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네, 저희 젊은 20~30대, 30~40대 여성분들이 좀 많아서, 그러다 보니까 임신 노동자들도 꽤 있는데 그러다 보면 유산하는 사례들이 많이 접수되거든요. 최근에 저희 조합원분이 유산하셨는데 유산을 하게 될 경우에는 거의 한 1년 동안 임산부랑 비슷하게 빨간 날은 다 쉬어야 된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업무 특성상 쉬면 쉴수록 급여가 깎이는 구조라서 빨간 날도 다 쉬게 되면 급여가 너무 하락하는 거예요.

◎범기영 참 저출생이 그렇게 사회 문제라는 나라에서... 코로나 상황에서는 그러면 어떻습니까?

▼이경호 본인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거나 또는 같이 일하는 직원이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곧바로 자가 격리, 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쉬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대체 기사가 투입이 안 되니까요.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범기영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현장에서 코로나에 걸려서 너무 아프다고 얘기를 해도 코로나 감기 같은 거니까 그냥 뭐 검사 받지 말아라. 이렇게 아예 얘기하는 그런 분들도 계셨고 그리고 코로나 확진돼서 확진됐습니다, 연락을 하면 왜 검사를 받아서 이 사단을 만드느냐, 막 나무라고 혼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범기영 코로나 19가 1급 법정 감염병이어서 2년 넘게 온 나라가 난리였는데 이랬을까 싶은데요? 회사는 뭐라고 설명합니까?

▼이경호 일단 노조 측의 주장이고요. 일단 회사 측의 입장은 어떤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사측에서는 노조의 주장이 좀 과장되었다, 이런 입장입니다. 제빵 기사들이 예전에 협력업체 소속이었을 때보다 자회사 설립하고 자회사 소속으로 채용이 되면서 휴일이 한 3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임금도 물론 올랐고요. 물론 다른 주 7일 동안 일하는 매장의 운영 특성 때문에 충분히 쉬지 못하는 그런 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연장 근로가 아닌 대체 근로자를 또 투입을 하게 되면 또 인건비 부담이 올라가고요. 그렇게 되면 매장 업주, 점주들이죠? 점주들의 부담이 또 늘어나기 때문에 그런 고민도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입니다.

◎범기영 점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노조 활동 둘러싼 갈등도 있다고 하셨죠?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PB파트너즈에는 노조가 2개가 있습니다. 한국노총 소속이랑 민주노총 소속으로 2개로 나뉘는데요.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이 한 4,200여 명 되고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이 200여 명입니다.

◎범기영 소수군요.

▼이경호 지금 갈등 중인 것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하고 갈등이 있고요. 회사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회사 측에, 회사가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조합원이 줄었다, 이런 주장입니다.

◎범기영 소수고 강성인 노조를 방해하고 있다.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2021년 3월부터 갑자기 조합원 탈퇴가 한 달에 120장, 100장씩 탈퇴서가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원래 그냥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두 장 정도였는데 확인해 보니까 관리자들이 계속 찾아와가 지고 탈퇴서를 받을 때까지 계속 찾아오고 그리고 진급으로 회유한다든지 그리고 뭐 회사 조용히 다니라고 협박을 한다든지, 계속 불안감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한테 불이익을 준다든지 해서 계속 탈퇴 작업을 했더라고요.

<녹취> 이경호 /해설위원
회사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저희가 계속 휴식권 얘기하고 이게 해결이 안 되니까 계속 외부로 계속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한 것들이 싫은 것 같고 두 번째로는 사회적 합의가 이행이 안 됐기 때문에 당시 사회적 합의를, 그 사회적 합의 주체인 사람들을 그냥 없애고 싶구나...

▼이경호 이 부분 관련해서도 회사 측의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회사 측은 조합원끼리, 조합끼리 이렇게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하다 보니까 나타나는 경쟁의 문제이지 회사가 특별하게 관여한 적은 없다, 이런 것이 회사의 입장입니다.

◎범기영 노-노 갈등, 노-노 경쟁일 뿐이지 회사가 관여한 바가 없다. 부당한 노동 행위 한 적은 없다. 사회적 합의 언급이 나왔는데, 이 사회적 합의 만들어질 때도 저희 기사 굉장히 많이 썼거든요.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사실 파리바게뜨의 노동 환경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죠. 지난 2018년 1월 11일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까지 합쳐져 가지고 중재를 해서 노사 상생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SPC가 자회사를 설립해서 직접 고용하는 내용 또 협약 체결 3년 내에 임금과 복지 수준을 본사 직원과 동일하게 하는 내용 등입니다.

◎범기영 저희 합의 내용 나가고 있는데,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도록 했고 협의체 운영하고 체불임금 문제 해결하고 본사 직원과 동일 임금을 3년 내에 달성하겠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물론 노조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입장이겠죠?

▼이경호 이 부분에 관련해서 또 노사 간의 입장이 엇갈립니다. 노조 측은 협약의 일부만 이행됐다는 입장이고요. 하지만 회사 측은 협약 대부분이 이행됐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해결될 가능성은 좀 보입니까?

▼이경호 일단 지난주에 단식 중단을 하면서 본사 앞에서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요. 노조 측의 입장을 그때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임종린 /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회사는 불법 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너무나도 당연한 휴식권과 모성보호도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회적 합의는 이행되었다고 하며 검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투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노조 측, 문제 해결될 때까지
릴레이 단식, 불매운동도 검토

(자료:민주노총 화섬노조)

노조 측은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서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인데요. 노조 대표의 단식 중단 이후에 지금까지 본사 앞에서는 동료 조합원들 또 시민사회단체의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자사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범기영 2018년에는 정치권도 나서서 사회적 합의라는 걸 이른바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당국이 개입하거나 이럴 여지는 좀 없을까요?

▼이경호 현재 노동부의 입장은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요. 또 고소 고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거에 맞게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처리한다, 이런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범기영 이정식 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도 이와 비슷한 취지예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원칙대로 처리한다, 이런 정도지 기본적으로 노동부의 입장은 노사 관계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건데 아무래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노동부가 이렇게 계속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태도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경호 위원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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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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