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명 43일 만에 자진사퇴.. 정호영이 남긴 것

심진용 기자 2022. 5. 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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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사퇴를 선언한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자녀 의혹 해명에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논란 국면이 일단 마무리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 격론 끝에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됐고, 더불어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지목하며 지명 철회를 주장했던 ‘한·호·철(한동훈 법무부 장관·정 후보자·김인철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 3인방 중 두 사람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정리됐다. 한 총리 인준부터 정 후보자 사퇴까지 윤 대통령과 야당이 한발씩 물러서며 협치의 기틀을 일단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거듭된 ‘인사 실패’ 논란에도 윤 대통령이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총리 인준 후에야 정 후보자 거취가 정리됐다는 점에서 내각 인사를 ‘정치적 거래’에 활용했다는 지적 또한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전날 정 후보자 사퇴에 대해 “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임명이 됐더라도 정상적으로 업무 수행이 힘든 상황이라 본인이 결단한 것 같다”며 “여당에서도 사퇴 여론이 강했고, 정 후보자 본인을 설득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전날 밤 복지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사퇴했다. 윤 대통령의 후보 지명 후 43일 만이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그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지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을 지내는 시기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하고, 아들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는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며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 6일 정 후보자에 대한 당 입장을 전달했고, 이준석 대표는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회동하며 “가부간 빠른 결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 거취를 두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 후보자가 사퇴를 선언한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달 17일에는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동성애자 비하 발언으로 물러나고,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검찰 재직 시절 성비위와 성추행 미화 시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윤 대통령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악영향 등을 우려해 정 후보자를 상대로 사퇴를 종용해왔지만, 윤 대통령은 ‘위법사항이 없고, 여론에 등 떠밀리듯 인사를 할 수는 없다’며 신중 모드를 지켜온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사람을 내치지 않는다’는 평소 성향과 함께, 여론을 살피기보다 전문성과 능력주의를 앞세우는 인사 스타일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마이웨이’가 향후 국정운영과 대야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 실패’ 논란에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던 대통령 당선 일성(10일 당선 인사)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총리 국회 인준 후 정 후보자 거취 또한 정리되면서 여야는 최악의 대치를 일단 면했다. 최소한의 협치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여야 양측의 ‘정치적 거래’라는 비판 역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총리 인준 전까지 양측은 서로 양보를 요구하며 기싸움을 벌여왔다. 민주당은 총리 인준 조건으로 정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고, 여권은 총리 인준이 마무리돼야 정 후보자 거취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맞섰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정호영 문제는 정호영이 아니라 한덕수가 주어”라는 말이 나왔다. 양측 모두 표면적으로는 인사 연계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과정과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은 ‘발목잡기’ 프레임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고, 여권 또한 한 후보자 인준 이후 정 후보자 임명 강행 리스크를 더 이상 감당할 수는 없었다.

시간은 걸렸지만 정 후보자 문제를 정리하면서, 윤 대통령은 일단 국정부담을 덜어냈다. 협치의 모양새를 갖췄고, 야당에 손 내밀 발판도 마련했다. 여권으로선 1일 동시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선거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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