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부감사법 도입 4년, 감사 품질 개선 효과 두고 '갑론을박'
기업 등 현장 회계 실무서는 '회의론' 반박
올해로 도입 4년 차에 접어든 신외부감사법(이하 신외감법) 실효성을 두고 회계업계와 재계 의견이 계속 부딪히고 있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연초 이후 기업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근본적으로 감사 품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외감법이 도입된 2018년 이후 상장법인의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 결과 지적률은 3년 연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상장사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회계 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지표로, 2018년 60%에서 2019년 59.0%, 2020년 63.4%, 2021년 54.6%로 집계됐다.
앞서 정부가 표준감사시간제도, 주기적감사인지정제 등을 골자로 한 신외감법을 도입하기 전인 2016년과 2017년 해당 비율은 각각 47.5%, 37.4%에 불과했다. 신외감법으로 회계 기준 위반에 대한 과징금이 늘어난 가운데, 회계 부정 신고 제도가 개선되면서 내부자들 제보가 증가한 것이 지적률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국공인회계사회를 주축으로 한 회계업계에선 신외감법의 대표 성과로 이런 회계투명성 향상을 꼽는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64개국의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37위를 기록했다. 2017년 63개국 대상 평가에서 63위로 꼴찌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IMD 순위가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며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나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IMD 평가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되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순위 상승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외감법이 회계투명성을 제고했다는 평가와 별개로 감사 품질을 개선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학계 실증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회계업계에선 감사 품질이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기업 실무진과 회계사들이 체감하는 감사 품질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회계사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기업과 감사인 간 유착 관계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도입되긴 했지만, 동시에 감사인의 전문성을 떨어뜨렸다”며 “기본적인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중요 계정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파악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효율성이 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로 심화한 회계업계 인력난도 감사 품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회계 업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회계법인뿐 아니라 일반 기업, 금융회사 등에서는 서로 경쟁하듯 높은 연봉을 주고 회계사를 끌어오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여의도로 이직했던 회계사 중 다시 감사업계, 회계법인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빅4(삼일PwC·삼정KPMG·EY한영·딜로이트안진)에서 감사 업계를 떠났던 회계사를 대상으로 기본보다 더 나은 연봉과 처우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외감법 도입 이후 상장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 소홀 지적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장사의 감사 기준 위반에 따른 회계법인에 대한 조치는 2018년 78건, 2019년 87건, 2020년 37건, 2021년 30건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조치 건수가 급감한 이유는 신외감법으로 재무제표 심사 결과 경조치(경고, 주의)건에 대해서는 감사인 감리를 실시하지 않은 탓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사 심사 및 감리 결과가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회계 위반 비율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기업과 감사인 모두 회계 부정이나 감사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검증할 때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하고, 감사인은 감사 품질을 높여 재무제표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2021년 회계법인 품질관리 감리’를 통해 국내 13개 회계법인의 지적 건수는 181건이라고 발표했다. 품질관리 감리는 감사인이 감사 품질 유지 및 향상을 위해 품질관리시스템을 적절히 설계해 운영하고 있는지 살피는 절차다. 이때 13개 회계법인 중 자산상위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법인은 모두 운영 미흡 사항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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