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청신호" '헤어질 결심',8분 기립박수+외신 찬사.."히치콕 영화 같다"[SS칸리포트]

조현정 2022. 5. 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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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월드프리미어 시사회에 앞서 박해일,박찬욱 감독, 탕웨이(왼쪽부터)가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모호필름
[스포츠서울|칸(프랑스)=조현정기자]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 감독의 4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헤어질 결심’은 지난 23일 오후 6시(현시기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박 감독과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해 상영 전 레드카펫에서부터 전세계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뤼미에르 극장을 꽉 채운 2300여 관객들과 뜨거운 박수속에 상영을 시작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모호필름

2시간 18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나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 노력하는 탕웨이와 박해일의 멜로가 산과 바다로 배경을 옮겨가며 펼쳐졌다. 영화 포스터처럼 고전미 넘치는 감각적인 미장센과 가수 정훈희의 ‘안개’가 이야기에 영감을 준 동시에 영화음악으로 삽입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대본 집필 전 캐스팅부터 했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탕웨이와 박해일은 눈빛과 작은 표정부터 묘하게 주고 받는 팽팽한 신경전까지 자연스레 캐릭터에 녹아있었다. 수사 멜로극으로, 서로를 가슴속에 담고 있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베드신 한번 없다. 박 감독 특유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없었지만 결말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열린 ‘헤어질 결심’이 상영된 뒤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사하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탕웨이.사진|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상영 후 관객들은 8분간 기립박수로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한국 영화를 선보인 박 감독과 열연한 배우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박 감독은 탕웨이, 박해일, 정서경 작가 등 영화 관계자들과 일일이 포옹했고 “길고 지루한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기생충’ 이후 3년만에 칸 영화제를 찾아 박 감독 옆자리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첫 연출작 ‘헌트’로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진출한 이정재 감독도 ‘황금카메라상’ 후보로 영화를 관람한 뒤 “감명 깊게 봤다”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상영 후 주요 외신과 필진들은 ‘헤어질 결심’에 찬사를 보내 객석의 열기를 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히치콕 영화를 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든 히치콕 영화 같다. 긴장감과 음모, 감정 대결, 휴대전화 기술의 기발한 사용, 환상적인 옥상 추격을 포함한 스타일리시한 세트, 그리고 능숙한 플롯의 전개는 매우 히치콕스럽다”며 최고점인 별점 5개를 줬다. 스크린 데일리는 “박찬욱 감독의 매혹적인 네오누아르는 2022년 칸 경쟁의 기준을 높이고 비할 데 없는 비주얼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위치를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의 우아한 연출은 마법에 가깝다”고, 뉴욕타임즈는 “박찬욱 감독이 절정에 오른 느낌이다. 초반에는 재밌는 탐정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자유를 추구하는 두 캐릭터가 엮이는 아주 잘 짜여진 로맨스가 되어간다”라고 호평했다. ‘퍼스트쇼잉닷넷’의 알렉사 빌링턴은 “‘헤어질 결심’은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최고의 작품”, ‘할리우드 리포터’의 데이비드 루니는 “2022년 칸 경쟁부문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작품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각국 영화 관계자들도 박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CJ ENM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의 영미권 배급을 결정한 배급사 무비(Mubi)의 케이트 케인은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박찬욱은 단연 현 시대에 존재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비범한 감독”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배급사 박필름(Bac Films)의 데이비드 그룸바흐는 “장르적 한계 안에서 이 정도의 걸작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 박찬욱 감독이 어나더 레벨로 올라갔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배급사 시노보(Cinobo)의 타소스 멜레메니디스는 “21세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박찬욱이 히치콕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가 느껴졌고, 사로잡힌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히 묘사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큰 모험이지만, 가장 혁신적이며 성공적인 모험”이라고 호평했다. 독일 배급사 코치 필름(Koch Films)의 모리츠 피터스는 “단연코 그의 작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촘촘한 레이어와 디테일한 감정선이 긴 여운을 주고 계속 작품을 생각나게 한다”고 밝혔다.

2004년 ‘올드 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네번째 도전 만에 황금종려상을 품을 안을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 상영 하루 전날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금종려상과 관련한 질문에 “칸 영화제에 몇 번 나가면 상을 받아가지 않냐고 하는데 그런 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29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 모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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