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도 '저승사자' 출동?..첨단산업보호 합수단 가시화
'첨단산업보호 중점청' 수원지검 기술유출 사건 뿌리뽑나
韓 "화이트칼라 범죄 모두 적발 못해..강력 대처 메시지 중요"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검찰청이 전문 분야가 지정된 검찰청에 합동수사단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원지검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의 첨단 기술 탈취·유출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원지검에 첨단산업보호 합수단이 출범한다면 ‘여의도 저승사자’의 뒤를 이어 ‘수원 저승사자’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금융·증권 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수단이 설치된 것처럼 다른 중점 검찰청에도 합수단을 설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비한 전문 분야 수사 역량 유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 분야 중점 검찰청은 관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 분야를 지정하고,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로 △서울남부지검(금융범죄) △울산지검(산업안전) △부산지검(해양범죄) △제주지검(자연유산보호) △수원지검(첨단산업보호) 등 전국 11곳 지청에서 운영 중이다.
합수단이 추가 설치되면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곳은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인 수원지검이다. 수원지검 관내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SK하이닉스, 네이버, 판교테크노밸리 등 첨단 기술 보유 기업들이 많다. 최근 우리 기업의 중요 기술 유출·탈취 사례가 잇따라 심각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합수단이 출범하면 관련 범죄 척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적발된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모두 99건이다. 99건 중 34건은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핵심 기술’ 사건이었으며 기술 유출 주요 분야는 반도체, 전기·전자,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이었다. 기술 유출 적발을 통해 약 22조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법조계는 확인되지 않은 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건은 전국 청 접수 사건의 약 80%가 불기소되고, 그나마 기소되는 사건도 약 20%가 무죄 선고를 받는 실정”이라며 “이런 사건은 대형 로펌의 전문 변호사들이 주로 관여하고, 전문 용어를 나열하면서 즉시 반박이 어려운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에는 특정 범죄 분야에 수사권을 갖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배속되며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제한되더라도 특사경과 함께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유출범죄는 경제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돼도 당장 수사가 제한되지 않는다.
합수단의 설립은 범죄 심리 차단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은 2013년 출범 이후 불공정 거래 사건 처리 건수가 전년 대비 31% 감소하는 등 자본 시장 정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효과를 의식한 듯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합수단의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는 모두 다 적발할 수 없다”며 “다만 국가는 그런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범죄자 입장에서 수사 기관의 수사·감시망이 허술하다고 느껴지면 범죄 행위가 빈발할 수밖에 없고 수법도 더 대범해질 것”이라며 “검수완박 시행에도 검찰의 전문 분야 수사 역량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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