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대표 17년 만에 중국 방문.. 인권단체는 '선전전 악용' 우려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가혹한 인권탄압을 벌여 왔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방문에 나섰다. 미국과 인권단체들은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문이 중국의 선전전에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신장위구르 자치구 방문을 포함한 6일간의 일정을 위해 중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카슈가르·우루무치 등 신장 지역 도시들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 학계 인사, 기업 대표, 시민사회단체 등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이날 광저우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뒤 “우리는 민감하고 중요한 인권 문제를 논할 것이다. 이번 방문이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권을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급 유엔 인권대표단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05년 이래로 이번이 처음이다. 맨프레드 노왁 전 유엔 고문 특별조사관이 중국 정부가 자행한 고문이나 학대를 조사하기 위해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17년 전 중국을 방문했던 게 마지막이다.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 성사 역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그는 지난 2018년 취임한 후 신장 지역의 인권상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제약 없는 접근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중국은 이를 계속 거부했다. 이번 방문마저도 조사 형식이 아닌 우호 방문이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바첼레트 대표의 검열된 방문이 중국 정부의 선전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피 리처드슨 휴먼라이츠워치(HRW) 중국 담당 국장은 지난 20일 “(바첼레트 대표가) 중국 정부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거나, 인권 침해 피해자와 인권 운동가들이 보복을 우려하지 않고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국네앰네스티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바첼레트 대표의 신장 방문은 이 지역의 인권 침해를 다룰 중대한 기회지만 동시에 진실을 은폐하려는 중국 정부와의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유엔 인권대표단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선전에 이용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바첼레트 대표의 방문에 앞서 우려를 표했다. 이번 방문 일정이 기자단 수행없이 ‘폐쇄식’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방문 세부 사항도 철저히 통제돼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중국이 신장의 인권상황에 대해 완전하고 통제되지 않은 평가를 하는 데 필요한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중국이 신장 지역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을 집단 학살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집단 구금, 강제 노동, 산아제한 등 조직적인 탄압정책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족 말살 주장은 “세기의 거짓말”이라며 해당 지역에서 테러·급진 세력을 퇴치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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