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제2의 코로나?..제약바이오 업계 주가 들썩

박다영 기자 2022. 5. 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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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유행세를 보이는 가운데 천연두 백신·치료제 관련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관심을 받는다. 천연두 백신과 치료제로 원숭이두창을 예방·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 백신·치료제 개발 착수로 주가 급등 재미를 봤던 업계에 무분별한 투심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천연두 백신 3502만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축하고 있지만 접종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백신 개발이나 접종이 개별 업체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24일 녹십자엠에스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6% 상승한 9200원이다. 장중에는 1만350원까지 올랐다. 주가는 전날인 23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25.57% 급등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비롯한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다. 올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88%가 의료기기에서 나왔다. 녹십자 종합연구소가 지난 2008년 질병관리본부 용역을 받아 두창 백신 개발을 연구했던 이력 때문에 녹십자엠에스가 원숭이두창 관련주로 분류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엠에스는 치료제나 백신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의료기기 업체다. 백신과 전혀 상관이 없다. 이번 원숭이두창 관련 내용도 없다" 라고 했다.

진단키트 업체 미코바이오메드는 전 거래일 대비 26.10% 급등한 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가 국내 원숭이두창 감염 의심자가 발생하면 진단 기기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한때 가격제한폭(29.89%)까지 뛰었다.

파미셀은 전날 8.18%에 이어 이날도 5.84% 상승했다. 이 회사는 미국 바이오 업체 키메릭스의 천연두 치료제 '템벡사' 원료의약품을 납품한다.

HK이노엔도 원숭이두창 관련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23일 보유중인 천연두 백신의 원숭이두창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 설계에 들어갔다. HK이노엔은 전일 대비 5.26% 내린 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 백신·치료제로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주목받는다. 대신 이 질환은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낮고 이미 승인받은 의약품이 있는 데다가 일반인 대상 대규모 백신 접종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개별 종목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보건당국은 사노피파스퇴르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85%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덴마크 바이오 업체 바바리안노르딕은 2019년 천연두 백신 '진네오스'에 대해 천연두와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 품목허가를 내줬다.

승인받은 치료제도 있다. 파미셀로부터 원료의약품을 납품받는 미국 바이오업체 키메릭스는 천연두 치료제 '템벡사'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미국 회사 시가테크놀로지도 경구용(먹는)과 정맥주사 제형의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미국 증시에서도 원숭이두창 확산 이후 천연두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업이 주목을 받는다. 사노피 천연두 백신과 템백스의 치료제 판권을 가진 미국 바이오기업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종가 28.31달러에서 23일 36.72달러로 주가가 30%가량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제약·바이오 업계 투자 광풍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치료제 19개, 백신 12개에 대해 임상을 승인받았다. 이 회사들은 치료제·백신 개발 착수 발표 후 주가가 급등했고 현재 대다수가 개발을 중단했다. 전염병 유행이 주가 부양 수단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회사의 파이프라인과 재무 등을 살펴야 하고 회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염병을 주가 띄우기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 인구에 대한 당장 사용 계획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천연두 백신은 접종이 까다로워 코로나19 백신처럼 대규모 접종은 어렵다. 바늘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분지침'으로 피부를 긁거나 찔러 백신 용액을 체내에 주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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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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