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깡통 훔쳐갈라".. 폐지·고철값 오르자 뜬눈 지새우는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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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8시 영등포 쪽방촌 주민 강모(63)씨는 폐지와 캔, 페트병을 한가득 담은 리어카를 끌어 영등포역 버스정류장 인근 인도에 세웠다.
강씨와 같은 쪽방촌 주민들이 온종일 영등포동 일대를 돌면서 모은 것들이었다.
60년째 영등포시장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강승임(83)씨는 최근 반나절 동안 모은 폐지 두 묶음을 통째로 도둑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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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고철 지키려 간이의자 두고 감시도
지난 23일 밤 8시 영등포 쪽방촌 주민 강모(63)씨는 폐지와 캔, 페트병을 한가득 담은 리어카를 끌어 영등포역 버스정류장 인근 인도에 세웠다. 강씨의 리어카 뒤로도 폐품이 가득 들어찬 리어카 대여섯대가 줄지었다. 강씨와 같은 쪽방촌 주민들이 온종일 영등포동 일대를 돌면서 모은 것들이었다. 일찌감치 문을 닫은 고물상에 다음날 갖다 팔기 위해 한켠에 세워놓았다. 이후 강씨는 간이의자를 펼치고 앉아 리어카를 감시했다. 강씨는 “힘들게 모은 고물들이 다 털린 적이 있어 새벽에도 나와 감시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폐지·고철 등도 덩달아 가격이 올랐지만, 폐지를 줍는 쪽방촌 주민들은 오히려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폐지나 고철 가격이 오르자 남이 주운 폐지나 고물을 몰래 가져가는 절도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수거한 물건들을 감시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월 기준 평균적으로 폐지는 kg당 110~120원 사이, 고철은 kg당 1200~1300원 사이에서 책정됐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던 2020년 7월(폐지 kg당 30원, 고철 kg당 600원)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폐지와 고철 가격도 덩달아 뛴 것이다.
서울 영등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추모(42)씨는 “최근 제일 높았을 때가 폐지 가격은 140원대, 고철은 1500원대까지 올랐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내려간 편이지만 주변 동종업자들은 요즘 폐지·고물 시세가 근래 10년 중 최고 수준이라고들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폐지와 고물 가격이 훌쩍 오르면서 절도 사건도 잦아졌다. 노인이나 쪽방촌 주민 등이 하루 종일 모은 폐지나 고물 등을 다음날 고물상에 넘기기 위해 골목 등 일정 장소에 보관하는 것을 노려 새벽 등 한산한 시간에 이를 몰래 훔쳐가는 것이다.
60년째 영등포시장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강승임(83)씨는 최근 반나절 동안 모은 폐지 두 묶음을 통째로 도둑 맞았다. 그 뒤로는 새벽에 일어나 누가 폐지를 훔쳐가는지 한 차례 주위를 둘러보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다음날 가져가려고 깔끔하게 노끈으로 묶어둔 게 오히려 도둑에겐 훔치기 편리하니 쉽게 가져간 것 같다”면서 “집에는 둘 곳이 없고 박스를 들고 오가는 것도 부담이 돼서 밖에 보관하는데 가끔 새벽에 나가 보긴 하지만 계속 감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폐지를 줍는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이 밤까지 지새우는 경우도 많다. 쪽방촌 인근에는 CC(폐쇄회로)TV가 없는 곳이 많아 도난 신고를 해도 범인을 잡기 어렵다. 폐품을 쌓아 놓고 리어카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든 뒤, 주변에 간이의자를 두고 앉아서 폐품을 고물상에 넘기기 전까지 지켜보는 식이다. 좁은 쪽방촌에 기거하니 수거한 물건을 집에 둘 수도 없어 고안한 궁여지책이다. 값이 나가는 고물은 골라내서 좀 더 넓은 인근 지인의 집 등 더 안전한 공간에 숨기기도 한다.
또다른 쪽방촌 주민 김모(62)씨는 “폐지보다 깡통이 kg당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캔 묶음은 도둑맞지 않으려고 옆집 할머니 집 앞쪽에 양해를 구해서 숨겨놓으려고 한다”며 “아무리 감시해도 종이는 지금 모아놓은 것에서 한 5분의 1은 아침에 팔려고 나오면 사라져 있을텐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역 순찰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지역관서와 함께 현황을 파악해서 순찰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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