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대 분야 모두 주도"..JY가 그린 삼성의 '미래 청사진'
바이오 산업, 공격적 투자로 '제2의 반도체 신화' 구현
삼성은 24일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해 팹리스(설계 전문)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이와 함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큰 핵심 전략 사업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은 이날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반도체와 바이오 등 2대 첨단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차세대 통신 분야에도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나온 투자 발표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역전' 노려…메모리는 '초격차' 강화
삼성은 우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인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에서 선제적 투자 및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 2020년 기준 한국 수출의 19%, 제조업 설비투자의 45%를 차지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역전'을 노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70% 이상에 달해 업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인간의 눈·코·귀·피부처럼 데이터를 센싱하고 두뇌처럼 분석·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반도체는 8천여종의 제품으로 구성되며 용도와 수요가 사실상 무한대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2205억달러)의 2배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 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불가결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및 센서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는 인텔, 엔비디아, 퀄컴, 소니 등 각 분야별 강자들이 포진해 있지만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와 R&D(연구개발)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며 성장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선단공정 중심의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미래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삼성은 독자적인 신기술인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해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제품을 경쟁사인 TSMC보다 빠른 상반기 안에 양산할 계획이다.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차세대 생산 기술인 GAA 공정의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확보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히는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의 파운드리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도 EUV(극자외선) 등 첨단기술의 선제적 적용으로 '초격차' 리더십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983년 반도체 산업에 처음 진출한 뒤 10년 만인 1992년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이후 30년 간 한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최근 메모리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등 경쟁 업체의 도전은 거세지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뒤로 하고,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세계 최초는 삼성'이라는 공식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D램 양산을 발표하는 등 경쟁 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수성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파운드리에서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며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역전하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산업, 공격적 투자로 '제2의 반도체 신화' 구현
삼성은 이와 함께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모했으나 소수 선진국과 대형 제약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구매력 증대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이지만 우리 기업의 바이오 경쟁력은 아직 취약한 상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오는 2027년 911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1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이듬해 5월 바닷물이 질퍽이는 인천 송도 매립지에서 1공장 건설에 나서며 바이오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은 10여년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국내 시가총액 5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CDMO(위탁개발생산) 및 바이오시밀러를 양대 축으로 출발해 '바이오 주권'을 지키는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CDMO 분야 생산능력 62만리터로 압도적인 세계 1 위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에 이어 5·6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공격적 투자와 생산기술 역량 고도화로 'CDMO 생산량 1위'를 넘어 '압도적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위주의 파이프라인을 확대·고도화하고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100억달러에서 2030년 22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을 선도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술제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 5 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독자 기술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바이오젠이 보유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23억달러에 인수해 개발·임상·허가·상업화 등 R&D 역량을 내재화했다.
삼성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략 산업화에 나서고 있는 상태"라며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바이오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것은 단순히 GDP(국내총생산) 등 수치로 표현되는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해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십조 단위의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2019년 4월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렸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20년 11월 디자인전략회의에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고 언급하는 등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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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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