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각에 전력도매가 상한제 도입, 남은 건 전기요금 인상?

박상영 기자 2022. 5. 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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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력도매가격에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연료비 급등으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가파르게 불어나자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비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 달간 한시적으로 전력도매가격을 제한하더라도 비용 절감 효과는 약 1400억원에 그쳐 한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한전의 적자는 연료비 급등과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데 있는 만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전력도매가격의 상한선을 두겠다는 것으로, 한전이 홀로 떠안았던 연료비 급등에 따른 부담을 이제는 발전사와 공동으로 나누겠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향후 국제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국내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전기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하면 한전이 발전사들에 내는 정산금도 급증하는 구조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전력도매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전력도매가격은 ㎾h(킬로와트시)당 202.11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6.35원)보다 164.7%나 급등한 액수다.

전력 구매 비용은 껑충 뛰었지만 판매 가격인 전기요금은 그에 비례해 오르지 않으면서 한전 적자는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7조7869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이미 지난해 적자 폭(5조8601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전력도매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월간 평균 전력도매가격이 과거 10년간 월별 전력시장가격 평균값과 비교해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간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상한 가격은 최근 10년 가중평균 전력도매가격의 1.25배 수준으로 정했다. 정부는 2013년에도 전력도매가격이 치솟자 상한제를 적용했다.

다만, 발전 사업자의 과도한 부담을 고려해 연료비가 상한가격 보다 더 높은 경우에는 실제 연료비를 보상해주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연료비가 싸더라도 가장 비싼 LNG 발전소 가격을 기준으로 정산한 전력도매가격에 따라 지급했다. 정부는 고정비 성격의 전력시장 정산금과 기타 정산금도 제한 없이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 18일 보유 중인 지분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았다. 현재 건설·운영 중인 해외 석탄발전소도 팔고 주요 사업의 투자도 뒤로 미뤄 약 6조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821개사의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상한제를 한 달간 시행하더라도 이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1422억원에 그쳐 한전 재무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나 주식·부동산 매각으로는 한전 적자를 해소하는데 역부족”이라며 “연료비 가격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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