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기침체로 우울한 전망 이어진 다보스포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세계가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긴축 정책, 식품 분야의 물가 급등으로 세계경제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침체를 예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 시점에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그는 포럼을 앞두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세계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험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 위기의 여파를 가중시키고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전날 블로그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와 투자가 모두 위기 이전 수준보다 훨씬 낮고, 공급망 충격으로 인해 경제 전망이 흐려지고 있다”며 “이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과 성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가는 올라가지만 경기는 나빠지는 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의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오는 7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ECB는 유로존의 물가가 0%대로 떨어져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바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기에 금리를 포함한 변수들을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7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허용할 것”이라고 적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주요 7개국(G7)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 대비 0.1%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최고 경제 고문이던 제이슨 퍼먼은 이날 포럼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예년에는 15% 가량이었으나, 자신은 현재 이보다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현재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식량 부족, 기후 위기 등을 거론하며 “세계는 최소 4가지의 위기에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위기에만 집중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어떤 것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세계의 안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침체로 내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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