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고삐 죄는 금융권..금감원, 은행 M&A 자금 분석 완료

최희진 기자 2022. 5. 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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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왼쪽)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 은행장 간담회에서 우리은행 횡령 사건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직원 A씨의 660억원대 횡령 사건 이후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부동산 신탁사까지 내부통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에 대해 수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다른 은행들의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관리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가 알려진 지난달 말 이후 자사 영업점을 불시에 점검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한 달간 영업점장 주관 하에 현금 시재를 점검했고, 다른 영업점장이 방문해 시재를 확인하는 교차 점검을 실시했다. 또 전체 영업점과 본부 부서를 대상으로 통장의 보관·관리, 업무 처리 등이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특히 보관 중인 통장이 정해진 용도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초 본부 부서와 영업점에 대한 내부 점검에 착수했다. 영업점의 경우 시재 감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영업점장이 불시에 감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이 과정에서 부산의 한 영업점 직원이 약 2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

하나은행 역시 영업점별로 전산상 금액과 실물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또 부점장이 별도의 감사자를 임명해 전산상의 숫자와 현금 시재 및 중요 실물이 일치하는지를 매월 2회 이상 확인하도록 했다.

우리은행 횡령 여파는 은행권을 넘어 증권사와 부동산 신탁사에도 미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증권사, 부동산 신탁사에 공문을 보내 내부통제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를 통해 횡령 직원 A씨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 공장 매각 계약금 중 50억원가량을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빼돌린 정황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금융권 내부통제 실태 조사에서 또 다른 횡령 사실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내부통제 실태 조사 결과를 제출받아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기업 인수합병 자금과 관련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인수합병 자금에 관한 자료는 모두 제출됐고 다른 분야에 대한 자료도 곧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은행을 제외한 타 은행의 인수합병 관련 자료에선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수시 검사와 금융권 실태조사를 토대로 내부통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희진·유희곤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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