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등 잇따른 공장화재.."노후시설 개선않고 예방 뒷전" 지적
기사내용 요약
"안전사고 규제, 여전히 안돼…노후시설 개선안하는 기업에 '영업정지' 부과해야"
"기업들, CEO처벌 면하고자 '보여주기' 대책에 급급…중대재해법 등 정비해야"
노동계 "중대재해법은 산재예방 취지…기업들이 예방활동 안하는게 사고 원인"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최근 정유·패션·조선업 현장에서 연달아 대형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기업들이 노후 시설 개선 등 안전사고 예방에 주력하기 보다는 CEO(최고경영자) 형사 처벌을 면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석유화학중심지인 울산에서 근로자 3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9일 울산 온산공단 내 에쓰오일 공장에서 대형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졌고, 원·하청 근로자 9명이 다쳤다. 지난 2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도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고, 지난달 20일 SK지오센트릭 올레핀공장에서 탱크가 폭발해 2명이 다치고, 1명은 치료 중 사망했다.
물류창고가 집중된 경기도 이천지역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이천시 마장면 이평리 크리스 F&C 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나 6시간 만에 초진됐다. 지난 19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도 불이 나 직원 2명이 다리 등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 공백이 있고, 사고예방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울산 산업단지 등에서 '공장 설비 노후화' 문제가 있지만,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안전사고 규제, 여전히 안돼…노후시설 개선안하는 기업에 '영업정지' 부과해야"
"기업들, CEO형사처벌 면하고자 '보여주기' 대책에 급급…중대재해법 등 법제도 정비해야"
정지범 울산과학기술대학교(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같은 경우는 사실은 똑같은 레퍼토리의 사고가 몇십 년 동안 반복되고 있는 건데 전날 또 발생했다"며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안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화재 때에도 그랬지만, 물류센터 인근 물류 창고 같은 경우에는 많은 경우 스프링쿨러가 제대로 작동이 안된다"며 "규제가 아직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울산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시설 노후화'를 지적하는 한편, 문제 개선을 위해 벌금 대신 '영업정지'를 부과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울산은 고질적으로 공장 설비들이 노후화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도 과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변화를 세게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장 관리자를 처벌하고 벌금을 부과하기 보단 영업정지를 한 일주일 때리는 편이 실효성이 더 낫다. 대기업에서 벌금가지고는 신경을 안쓰는데, 영업정지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안전 사고 예방보다는 중대재해법 상 CEO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정진우 교수는 "기업들이 예전에는 안전 사고 예방 활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긴 했지만,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CEO 형사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을 하느라 사고 예방 활동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회사의 안전 역량 향상에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지금 형식적인 서류 작성 즉, '페이퍼 워크'에만 주력하다 보니 오히려 안전 역량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의 형식적인 대책마련에만 급급하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법이 불명확하고 너무 거칠게 되어서 기업들이 처음에는 불안에 떨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이호랑이'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안전 역량을 올리는 척만 하고, 중소기업은 관심이 없다"며 "결국 대기업들은 다 빠져나가고, 중소기업들만 처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울산 에쓰오일 공장 등 폭발·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중대재해법 등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방증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법이 형식적인 대응을 조장했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유도하지 못했다. 안전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사건 사고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중대재해법을 포함해 사업장 안전관리법을 실효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전면적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 "중대재해법은 산재 예방 취지…기업들이 '노후시설 개선' 등 준비 안하는게 사고 원인"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1년4개월 지났지만, 지금도 사업장에선 산업재해 예방이나 투자, 노후시설 개선 등의 준비를 안 하고 있다"며 "화재 폭발 사고로만 보면 여수산단에서도 발생했고, 이번에 울산 에쓰오일 공장에서 사고가 난 건데, 여전히 노후화된 설비 개선에 기업들이 노력을 다 하고 있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산재 예방 대책을 하라는 취지인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예 준비를 안 하고 있을 뿐 더러 처벌받은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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